brunch

매거진 독서 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빅토르 위고 <웃는남자>


*2017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은 이 책을 1년여 전에 '더 클래식'판으로 구매했었습니다. <레 미제라블>을 읽고 나서 이 작품도 읽으려 했었지요. 하지만 왠지 이 작품은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자꾸 시간만 지나갔네요.


그러다 이달 초에 '열린책들 세계문고'가 저렴하게 대여로 나와서 이번에는 '열린책들'판으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더 클래식'판이나 '열린책들'판이나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권 수는 차이가 나요. 3권과 2권의 차이. 하지만 목차는 다 동일하네요)


그런데 읽기 시작하니까 마구 몰입이 되네요. 뭔가 막 빨려 들어갑니다. 사실 위고 특유의 장황하고 지식의 자랑 같은 서사와 부연설명이 계속 펼쳐지긴 하지만 그래도 <레 미제라블> 보다는 좀 나았던 것 같아요. 하긴, 그건 양도 이것보다 세 배는 많았던 것 같습니다만...


줄거리는 몇 줄로 요약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데요, 상권에서는 특별히 이렇다 할 진행은 없어 보이는데 하권부터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네요. 중간에 반전이 한 번 있었고요... (이건 짐작은 못했습니다)


근데 솔직히, 상권은 좀 대충 읽은 감도 있지만 다 읽고 다시 한번 인물들 소개했던 부분을 읽어보니 중요한 단서들이 많이 있었네요. 처음 읽을 땐 눈에 안 들어왔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상권에서 배가 침몰할 때 그 배에 대한 이야기가 뒤에서 좀 더 나올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게 끝나서 좀 허탈하고, 단지 호리병 하나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이야... 그 얘기하려고 배 얘길 그렇게 길게 했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중요하죠. 그게 나중의 사건과 연결이 되니까요.


어쨌든 그윈플레인이 신분이 한 번 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그럭저럭 해피엔딩이겠구나 싶었더니만... 작가님, 데아는 갑자기 왜 그렇게 하신 거예요. 이건 아니잖아요... 드라마 쪽대본 쓰시는 분도 아니고 정녕 그렇게 끝내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윈플레인도 뒤따라서... ㅠㅠ


남아있는 우르수스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윈플레인이 끌려갔을 때도 정신이 거의 반쯤 나갔었던 그였는데 그렇게 자식 같은 두 명이 한꺼번에 갑자기 사라지면, 그리고 호모마저 늙어서 떠나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라고 말이죠. 허탈함과 더불어 '내가 이러려고 완독 했나 싶은 자괴감마저 듭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역시 위고!!'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압권은 그윈플레인이 의회에서 국민들과 민심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르수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서 그런지 말을 참 잘하더군요. 그 정도면 감동의 박수를 받을 만도 하지만 오히려 귀족들은 그를 '미친 광대' 정도로 취급을 해버리죠.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그 웃는 얼굴 때문에... 


아무도 그를 복권된 귀족으로 여기지 않았던 겁니다. 그의 외모 때문에도 그랬겠지만, 그들은 애당초 국민들에겐 관심조차 없었으니까요.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만을 생각할 뿐, 그러면서도 그것이 잉글랜드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따름이고요. 더군다나 그 시점이 이제 명예혁명 직후라 귀족들 및 의회의 권한이 강화된 때이기도 하지만요.


어떤 면에서는 상당 부분 지금 시국과 비슷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사회는 시대와 나라를 초월해서 비슷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으니까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간의 괴리감.


그게 그렇게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끝나버리고 마는 게 아쉬웠네요. <레 미제라블>에 비해서... 


그리고 앤 여왕도 이상한 사람이고, 조시언 여공작도 이상한 사람이고, 데이비드 더리모이어 경도 이상한 사람이고... 아마 작가가 왕이나 귀족들을 풍자하려고 이상한 사람들로 묘사해놓은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 나오는 귀족들이 다 정상적이진 않죠. (조시언의 자고 있는 모습이나 둘이 대면하는 장면에선 야릇한 기대감도 들긴 했습니다만. 팬 서비스일까 싶은... 또 다른 러브라인? 삼각관계?)


아무튼 재밌었지만, 다소 어이없으면서도 슬펐던 소설이었습니다. 문득, 이 이야기의 플롯만 따서 좀 더 간결하게, 현대적인 묘사 기법으로 우리나라에 맞게 이야기를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 자체야 별 것 없겠지만 그렇게 하면 좀 더 대중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건 '대문호' 위고에 대한 모독이겠지요? 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따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