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랜디 포시 교수는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사망하기 얼마 전에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어 냈더군요. 책으로 정리해서 쓴 사람은 제프리 재슬로라는 칼럼니스트지만 사실상 랜디 포시 교수가 했던 얘기들이니 그의 저작물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읽어보진 않아서 전자책으로 구매하려고 보니 표지가 낯이 익더군요. 보니까 제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내가 구입했던 책이었습니다.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찾았네요.
아내가 이 책을 읽고 소감을 간략히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책에도 형광펜으로 줄을 여러 군데 쳐놨더군요. 아내의 생각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강연은 몇 년 전에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풀버전 동영상은 아래에서도 보실 수 있고요. (한글 자막은 없네요...)
강연 제목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입니다. 책의 내용도 거의 유사합니다. 하지만 책 보다 강연 동영상이 더 많은 것을 담고 있고, 또 더 생생합니다. 그러므로 '책'과 '강연'을 동일하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이 강연에 대한 뒷이야기들도 담고 있습니다)
강연의 초반부는 본인의 어릴 적 꿈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경험들을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은 흥미롭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동을 느낄만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가 괴짜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그의 어릴 적 꿈이라는 것들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면에선 리처드 파인만 교수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 무중력 상태에 있어보기
- NFL 선수되기
- '세계백과사전'에 내가 쓴 항목 등재하기
- 커스 선장 되기
- 봉제 동물 인형 따기
- 디즈니의 이매지니어 되기
목표야 얼마든지 세울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입니다. 그는 실제로 각각의 목표에 대해서 이루기 위한 경험을 얘기했는데, 실제로 이룬 것이 더 많았습니다. (인형들 갖고 나오는 장면은 정말 웃겼습니다)
그래도 이 이야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좀 더 와닿았는데, 아내와 결혼하게 된 과정,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죽음을 앞두고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또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겠지요.
특히나 어린 세 자녀를 두고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하는 그와,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하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였기에 사람들이 더 안타까워했겠습니다.
그는 이 강연을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겨놓는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아직 어려서 아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병 속의 편지'처럼 남겨져 훗날 그들에게 전해지길 원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강연을 모든 이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뒷부분은 좀 더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룬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성공'을 위한 방법일 수도 있고 '자신의 인생을 사는 방법'이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주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그가 마흔일곱의 나이에 이 마지막 강의를 했는데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교수로서의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요.
그의 상황 때문에 오히려 노교수의 은퇴 강의보다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의 '클리셰' 같은 말들도 도움이 되긴 하겠습니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진부한 말들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이 부분은 좀 지루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실제 강연에선 좀 더 재밌게 얘기한 것 같아요.
강연 후반부에서 아내 재이의 생일 축하하는 장면은 정말 뭉클했습니다. (강연 전날이 아내의 생일이었다고 하네요) 그의 아내가 그에게 "제발 죽지 말아요."라고 했다는데요 (동영상에선 말은 안 들립니다) 그 부분을 보고 저도 울컥했어요.
강연의 마지막에서, 이 강연의 목표는 '내 꿈을 이루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가 교수로서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능력을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해 준 이야기들이 후자의 예가 될 것 같은데요, 어찌 보면 강연의 주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책을 읽고 나서 강연 동영상을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한글 자막 되어 있는 걸 봤던 것 같은데요, 뭐 찾으면 나오겠지만 그냥 영어 자막이라도 참고해서 봐야겠어요)
랜디 표시 교수의 이력이나 전문성에 제가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면에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유사한 점도 있고요.(나이도 이제 비슷해져 가고, 어린아이를 두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타 몇 가지 면에서요)
하지만 최근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꽤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한 것이 더 오래 빛을 발하지는 못하게 됐지만, 그 과정만큼은 열정적이었고 또 후회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강의도 할 수 있었겠지요.
이 책의 서두에서 그가 다른 이들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준 것은 '췌장암'에 걸렸다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서 얻은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나누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같은 입장이 되어 마지막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이 없었으면 합니다만)
제가 남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만큼이 되는지,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지를 생각하면 그런 것이 없네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흔한 표현이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