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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랜들 먼로 <위험한 과학책>


*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저는 '과학자'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이공계 출신이고(전공분야가 여러 가지지만 그냥 뭉뚱그려서) 스스로도 '뼛속까지 이공계'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소위 '이과생 개그'를 아주 좋아하고, 실생활에서도 그런 멘트를 날리다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긴 하죠. 좋은 게 아닌 줄은 알지만 재밌잖아요.


아무튼 저의 그러한 개그 코드와 랜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원제는 <What if>이고, xkcd라는 미국의 사이트에서 연재된 것들을 모은 책입니다. 실제로 이 책의 내용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원문 그대로 보실 수 있어요. (책 살 필요가 없었겠네요... ㅋ)


http://what-if.xkcd.com/


책의 내용은 다소 황당하긴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봤음직한 (간혹 이런 생각을 왜 하지?라는 것도 있긴 하지만요) 질문에 대하여 답을 제시하는 건데요, 대부분은 물리학적인 분야이지만 가끔 생물학, 화학, 지구과학, 컴퓨터과학 쪽의 이야기도 있어요. 아마도 저자가 물리학 전공으로 로봇공학 연구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긴 합니다.


근데 '이상하고 걱정스러운 질문들' 시리즈 같은 건 굳이 답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것들도 궁금했는데 말이죠. ㅋ


저도 가끔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것을 생각해보고 계산을 해보고 하는데 사실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른 채 그냥 그러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누가 검증해주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들은 아무래도 공개된 사이트에 올라왔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드백도 받기 때문에 (또 이런 류의 문답을 좋아하는 이공계 출신들이 워낙 많을 테니... 그들은 뭐에 꽂히면 달려드는 습성이 있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저도 나온 얘기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일일이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그냥 맞겠지라고 생각하고 (대충 의도만 받아들이고) 넘어간 것들이 대부분이었네요. 계산이 맞고 틀리고, 이론이 맞고 틀리고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요. 뭐 논문 심사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과학자들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걸 논문으로 증명하고 구체화하기 전까지 계속 생각을 할 거예요. 20세기 초 위대한 물리학의 업적들이 그렇게 나온 것들이 많으니까요. 그러한 사고를 위해 이 책과 같은 내용의 질문들에 대해서 미리 답을 해보고 저자의 답을 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도 많았고, 저자가 단순히 하나의 과정의 답만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고려한 것도 제겐 꽤 신선했네요. 당연한 것인데도, 저는 문제 자체의 답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네, 과학이란 게 그렇게 만만치는 않은 거죠.


내용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오히려 저는 수식이 없는 게 더 어색하지만) 깊이 생각하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냥 가볍게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 저자의 위트가 맘에 드네요.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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