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처음엔 시 하나 소개하고, 그 시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주제를 몇 가지 잡고, 그와 연관된 시들 및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시들도 많았지만 그와 연관된 이야기들, 그리고 덧붙여진 이야기들이 담백하게 우려낸 한 그릇의 국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운 날 빈속을 채워주는 것처럼.
찬찬히 읽어나가면서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구입했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감성은 전자책보다는 활자로 인쇄된 종이책이 더 잘 전달될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책의 부제인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강의'라는 말에 더 끌렸다. 알고 보니 저자인 정재찬 교수는 내 모교의 국어교육학과 교수였다. 나는 공대를 나왔지만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이 강의가 있었을 런 지는 모르겠다. 있었더라면 나는 분명 수강신청을 했을 것이다. 꽤 오래전이긴 하지만.
학교 다닐 때에도 비슷한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었다. (기억은 정확히 안 나지만 다른 분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것과 책으로 보는 건 분명 또 다르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 강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요즘 시기에 더더욱 필요한 강의가 아닐까 싶다.
나는 공대 출신이고 지금도 관련 분야에서 일하지만 마음의 동향은 늘 문학을 향했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와 소설을 쓰고 싶었고, 습작도 많이 썼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 꿈이 현실적인 문제로 희미해져 갈 때면 한 번씩 그러한 꿈을 상기시켜 줄 것 같다.
그리고 '기계적인 사고에 윤활유를 칠하는 것처럼' 각박해진 세상에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