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으로 유명한 앤디 위어의 세 번째 작품이자 역시 내가 읽은 그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마션>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이었고, 정말 기발하면서도 재밌었다. <아르테미스>는 그의 과욕이 느껴져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읽을만했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졌다.
세 번째 책인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나왔을 때도 주저 없이 구매했다. 그의 스타일은 여전했고, 전작들을 통해 느꼈던 지적 짜릿함에 덧붙여 우주적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그게 전작들과의 차별 포인트라 생각된다.
앤디 위어는 설정이나 이론적인 부분들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과학지식들이 동원되기에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금세 싫증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들의 재미가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의 설정들이나 문제 해결방법들은 황당한 면이 많다. 그런데도 읽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설득된다. 게다가 SF 소설이니까 설정상의 무리수는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그보다 더 황당한 설정도 있긴 하지만 (미생물로 인해 태양이 소멸하게 되는 것이나 그것을 막기 위해 전 지구인이 합심한다는 내용, 모든 전권을 한 사람에게 집중해 준다는 것,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들, 주인공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 그것도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그런 것을 따지고 들 생각이라면 애초 그의 작품들은 안 읽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테니.
책의 앞부분에는 로켓의 그림이 나온다. 머릿속에 그려두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몇 번 다시 찾아보게 됐다. 이것도 참 말도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기발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도입부에선 그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 과정은 마치 추리물과 유사하다. 그리고 기억을 되찾게 되자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실상과 자신이 로켓에 탑승하게 된 전말이 밝혀진다.
중반부부터는 외계인 로키를 만나 각자의 행성을 구하기 위한 분투가 그려진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서로에게 필요한 점을 보완해가며 그 임무를 거의 성공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의 목숨까지 걸었던 우정이 있었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전혀 뜻밖의 선택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게 최선의 결말이었을 수도 있겠다.
매 순간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가 끝이 났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만.
이 작품까지 해서 '우주 3부작'이 완성되었다고 하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이 더 나올지, 아니면 다른 분야로 방향을 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기발함+지적짜릿함+위트로 무장한 작품들은 어떤 소재를 다루더라도 기본 이상의 재미는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