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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5. 2022

존 그리빈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


나는 30여 년 전부터 전공으로 양자역학과 현대 물리학, 핵물리학을 공부했다. 당시 교과서로는 최신 내용을 담은 책도 있었지만 1960년대에 나온 책도 사용했었다. 사실 양자역학이나 핵물리학도 그 당시에는 더 새로운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존 그리빈의 대표적인 저서인 이 책은 1984년에 거의 40년 전에 나온 셈이다. 그는 양자역학 관련 도서가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제대로 된 것이 없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들도 있는 것에 대한 우려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당시 그는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저자로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던 중이었던 것 같다. 


양자역학에 대한 공부를 했고, 양자역학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읽었음에도 양자역학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양자역학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고, 어떻게 발전되었는가 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정도는 남에게 설명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깊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대혼돈의 세계다. 우리의 인지로는 알 수 없는, 이론과 실험과 수학적으로만 알 수 있는 그러한 세계. 그래서 이해도 어렵고 남에게 설명해주기는 더 어렵다. 


그러한 내용은 이 책의 3부에서 등장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펜하겐 해석, 불확정성의 원리, 상보성 규칙 등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덧붙였고, 양자역학을 둘러싼 논란과 그것들을 돌파해나간 발자취도 함께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은 몇 번 더 반복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다중 세계로 끝을 맺는 것은 다소 당황스럽기는 하다. 그가 천체물리학 전공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양자역학 관련 서적들은 그렇게 결론이 나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 그랬던 것 같다. 흥미롭긴 하지만 11장은 그냥 참고만 하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은 1984년에 나온 책이라 그때까지의 최신지견만 소개되고 있는데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그 이후 지금까지 양자역학 그 자체에서는 더 새로운 내용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표준모형에 있어서는 힉스 입자가 발견되는 등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저자는 과학 관련 저서를 많이 썼는데 독자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고 재밌게 쓰려고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많지는 않지만 그의 책들은 공통적으로 그런 점들이 있다. 그 정도의 능력을 지닌 저자들이 몇 명 있기는 한데 리처드 파인먼이나 리언 레더먼 등이 떠오른다.  


번역자인 박병철 박사가 번역한 다른 책들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신의 입자>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등에서도 높은 수준의 번역을 보여준 바 있어서 신뢰성이나 가독성 측면에서도 무리가 없다. 특히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였기에 중간중간 역자주를 통해 부연설명도 하였다. 


이 책이 양자역학의 고전이라고 하기엔 그야말로 고전인 책들 (양자역학 초기의 선구자들인 플랑크나 하이젠베르크 등등의 책들) 보다는 최신이고, 요즘의 책들보다는 고전이니 그 중간 단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한 고민이 있었던 초창기 시대와 고민이 없이 주어진 이론을 사용하기만 하는 현재 사이에서 양자역학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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