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과학 도서를 자주 읽는 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나온 분야별 전문서적, 교양서적을 읽고 그 책들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것도 있지만 어떤 주제 혹은 이론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분명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것은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나 혹은 아이들에게나)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노하우가 있는 작가들의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대가들일수록 다른 이들에게 더 쉽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어설프게 알게 되면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가들은 그동안의 학문적 성과를 통해 성찰과 철학도 갖게 되는 듯하니 그것도 함께 얻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생명'이라는 주제는 말하기 쉽지 않다. 막연하게는 알고 있지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생물학은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가는 학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 폴 너스는 세포, 유전자, 진화, 생화학, 정보의 측면에서 생명에 대한 고찰을 한다.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하여 좀 더 큰 단위로, 그것들 간의 반응으로, 시간과 자연에서의 위치까지 아우른다. 그것들은 생물학에서 다루는 범주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의 '정보로서의 생명'은 생명, 생물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주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그것이 결국 다른 범주의 것들을 통합하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목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해주지는 못했다. 뭐랄까, 마치 '열린 결말' 같은 느낌? '내가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런 힌트들을 주었으니 답은 스스로 구해라'는 것 같았다.
또한 '살아있음'과 '죽음'에 대해서도 약간 고찰하고 있는데 죽음에 대한 인식도 새로이 하게 해 주었다. 객체가 죽어야 집단(종)이 진화할 수 있다.
더불어, 유전자 변형과 같이 다소 민감한 주제들도 너무 쉽게 얘기하는 듯한데 이건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겠다. 어디까지나 그는 과학자로서의 소신을 밝힌 것이니까.
나온 지 1년 남짓 된 책이라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나중에 이 책도 생물학의 고전에 들어가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생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