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후기

김윤주, 박세진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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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멤버인 김윤주, 박세진 저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를 읽었다. 200여 페이지의 분량이고 실제 분량은 그중 2/3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의외로 생각해볼 것들이 많았고, 내용들이 단지 가볍기만 하진 않았다.


나보다는 어린 나이의 저자들이긴 해도 그 나이대에, 그리고 이 시대를 살면서 고민하는 것들이 담겨 있었으니까. 공감이 가는 글들도 많았다. 뮤지션으로서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과연 사랑이 쉬워지는 순간이 있을까? 사랑이 쉬워지는 순간을 떠올리자마자 '지루함'이란 단어가 동시에 떠올라. 지루한 사람이 되는 것, 지루한 사랑을 하는 것 둘 다 너무 무섭다!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사랑의 감정이 길거리에 나뒹구는 휴짓조각보다도 하찮은 것이 되어, 그 사람을 잃고 나서야 '아이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다시 돌아와 줘'라고 후회해봤자 그땐 이미 늦지. pp.67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예쁜 바다를 발견한 것처럼 신나게 수영하고 물싸움도 하면서 재밌게 놀았어. 가끔은 깊은 곳까지 헤엄쳐갔다가 다리가 닿지 않아 깜짝 놀라서 다시 허겁지겁 돌아오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래도 그것조차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웃고 그랬지. 신기한 것도 참 많았고.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생각지도 못했던 긴 썰물의 시간이 시작되더라.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이 드러나고 어느새 발은 갯벌에 빠져 한 걸음 한 걸음이 어려워졌어. 몸과 마음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무거워진 거야. 한번 빠지니 정말 빠른 속도로 가라앉더라.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싶은 무서운 순간들도 생 기고. pp.84


총총 시리즈는 처음이라 형식을 잘 몰랐는데 두 저자가 편지를 (아마도 이메일이나 출력본으로?) 주고받은 것을 엮어서 낸 책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이야기도 주고받고, 묻고 답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물을 내려보내지 못하는 하수구가 내 모습 같기도 하더라. 매일매일 별일 없이 지나가는 것 같은데, 사실 채 소화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조금씩 쌓이다가 탈이 나버린 거지. 그것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pp.82-83


두 사람이 친구가 된 지 15년이라고 하고, 동갑에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더 궁금할 게 있을까 싶지만 두 사람 사이에도 새롭게 알게 된 것들, 더 깊이 알게 된 것들이 있었다. 서로에 대한 서운함, 고마움, 애정 어린 조언까지 드러내는 것을 보며 팀워크 이상으로 사이가 좋은 친구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지금 우리집 베란다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여. 생명과 인격을 부여받은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반짝거리네. 생각해보니 햇빛은 매일 태어나고 죽는구나. 이른 아침 응애 소리를 뱉어내듯 붉게 타올라서, 싱그러운 젊음처럼 눈부시게 작열하며 한낮을 살고, 저녁노을이 되어 서서히 소멸하니까. 우리 곁에 탄생과 죽음이 늘 함께한다는 걸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pp.93
그 드라마를 보며 어른들의 삶이란 상처 위에 상처를 덧대고, 그 위에 또다시 상처를 덧대며 만들어진 아름다운 유화 같다고 생각했어. 미술관에 가면 왜인지 모르게 마음을 붙잡는 그림들이 있잖아.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 위로받는 느낌에 갑자기 눈물이 나게 만드는 그림. 걸음이 많이 느려진 할머니 할아버지를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 주름 하나하나, 굽은 등, 굳은 손과 발 곳곳에 모두 이야기가 담겨 있을 테니까. 언젠가 우리도 우리의 삶을 그림으로 완성할 수 있겠지? pp.163-164


그런데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단지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도 전해진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사실 나는 옥상달빛의 노래는 좋아하지만 멤버들 이름도 몰랐고, 그중 한 명이 '십센치'와 결혼했다는데 누군지도 몰랐었다. 이제는 멤버들 이름도, 성향도 잘 알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옥상달빛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p.s. 이 책으로 독파 챌린지를 마친 후 줌미팅으로 저자들과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옥상달빛 멤버들의 평소 모습을 알지 못했기에, 또 책에서 느껴졌던 것과는 또 다른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에 꽤나 신선했다. 단지 유명한 가수여서가 아니라 책의 저자로서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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