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님의 책들을 좋아해서 신간이 나온다기에 주저 없이 구매했다. 독파에 이 책이 올라올 거라는 예상대로 독파에 올라와서 챌린지 신청을 했지만 챌린지 기간이 되기 전에 이미 다 읽어버렸다.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김훈 작가님의 문체에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역시나 느껴지는 그 힘은 온전히 감당하기는 힘들었다.
독파를 시작하면서 한 달만에 다시 읽었다. 재독이었음에도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독서기록에 남길 문장들을 추리고, 그것들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서기록에 남기면서 또 한 번 읽게 되었으니 결국 세 번은 읽은 셈이다.
독서기록에 남길 문장이 너무 많았다. 이걸 다 남겨도 될까 싶었지만 이 책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해서 가급적 다 남기는 쪽으로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남겨두기도 했지만.
세 번을 읽고 난 소감은 '역시 김훈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칼의 노래>를 통해 느꼈던 전율이 다시 느껴졌다. 그의 작품을 대부분 다 읽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나 <칼의 노래>와 <하얼빈>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인간 안응칠의 내면세계를 자세히 그리고 있다. 그에겐 신념이 있었지만 그것이 옳은지, 정당한 것인지를 계속돼내었고, 결국 그것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안중근의 아명은 응칠이었는데 안태훈은 어렸을 때부터 밖으로 나도는 아들의 기질을 눌러 주느라고 무거울 중과 뿌리 근을 써서 중근으로 이름을 바꾸어주었다. 개명은 안중근의 기질을 바꾸지 못했다. pp.26
과거 일본군 포로를 돌려보내는 일에서도 느껴졌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대로 했다. 대의명분이 더 중요하고, '작용'을 멈추는 것이 우선이지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계속 나온다.
즉, 이토를 죽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살인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살인이 된... 그 갈등이 이 책의 핵심인 것 같다.
이토를 어떻게 해서든지 눌러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았으나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골병처럼 몸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와서 넓게 퍼진 골병처럼 그것은 몸속에 자리 잡고 있었으나 집어서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다. pp.88
이 세상에서 이토를 지우고 이토의 작동을 멈춰서 세상을 이 토로부터 풀어놓으려면 이토를 살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안중근은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생각은 어둠의 벽에 부딪혀서 주저앉았다. 생각은 뿌연 덩어리로 엉켜 있었다. pp.90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표적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 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방아쇠를 당기고 나면 실탄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 조준선은 지워졌고 총의 반동이 손바닥과 어깨에 걸렸다. 비틀린 조준을 다시 회복하고 나면 표적은 다시 안개 속에 묻혔다. pp.159
그가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후 남긴 저서와 기록들은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를 보여준다. 다행히 그러한 기록들이 지금도 전해져서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 일부 내용은 이 책에서도 나와 있지만 직접 읽어보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책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몇 가지를 말하겠다. 내가 이토를 죽인 까닭은 이토를 죽인 이유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오늘 기회를 얻었으므로 말하겠다.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 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객으로서 신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토가 한국 통감이 된 이래 무력으로 한국 황제를 협 박하여 을사년 5개 조약, 정미년 7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싸우고 있고 일본 군대가 진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전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pp.238
우리가 알고 있던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그러나 그 속에 숨은 이야기는 잘 몰랐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내면세계와 하얼빈 의거를 둘러싼 일들이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어제 독파 챌린지 종료 후 줌미팅으로 북토크가 있었다. 이 책의 책임편집자이자 독파 메이트이기도 했던 정은진 씨가 직접 김훈 작가님의 작업실로 가서 진행했는데 온라인 미팅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편집자가 시작 전에 작업실도 잠깐 소개해 주었다. 생각했던 모습과는 약간 달랐지만 소문대로 컴퓨터 한 대 없이, 두꺼운 사전들과 돋보기가 있던 책상이 인상적이었다.
북토크에서 이 책의 집필에 대한 이야기, 평소 김훈 작가님의 집필 스타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요즘에 사인회나 외부행사를 많이 다니시는 듯해서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