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본다. 종이책을 좀 더 선호하지만 집에 더 이상 책을 놓아둘 곳이 없어서 가끔 기존의 책들 중 선별해서 버려야 하는 문제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전자책을 본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고, 전자책의 장점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로 이북 리더로 보기 때문에 보는 설정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글자 크기나 줄 간격, 폰트 등의 조정이 가능해서 책마다, 혹은 나의 상황에 맞춰서 볼 수 있다. 이북 리더의 화면 크기는 6인치부터 7.8인치, 가끔은 태블릿으로 10인치 이상으로 볼 수도 있다. 태블릿은 라노벨이나 컬러 그림이 많은 책 또는 코믹스 위주로 본다.
또한 전자책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여행을 갈 때도 수 백 권을 담아갈 수 있다. 요즘엔 구매한 책들을 다 다운로드하진 않고 읽을 책들만 다운로드해서 보는 편이지만.
가격도 종이책보다는 좀 더 저렴하다. 하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고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도서정가제의 영향도 있지만 사실 책값에서 종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고 한다. 특히 대량으로 출판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고 한다. 오히려 택배비 등 물류비, 유통비가 더 크지 않을까?
전자책은 출판사나 서점사 입장에서는 그러한 비용이 들지 않으니 더 저렴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책값은 그 책의 내용에 대한 값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식, 감동, 하다 못해 독서를 할 수 있게 해 준 그 무엇.
종이책과 전자책의 금액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오히려 종이책을 선택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공간을 차지하는 문제 때문에 책을 살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전자책의 경우에는 구매, 구독, 전자도서관의 선택지가 있는데 나는 주로 구매하거나 혹은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는 현재 밀리의 서재와 교보 샘 패밀리(현재는 샘 프리미엄으로 바뀌었다)를 이용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1년권을 구입해서 연간으로 이용하고 있고, 샘 패밀리는 샘 7.8+를 구매할 때 패키지로 구매한 1년권을 이용 중이다. 함께 제공된 무제한 이용권도 있지만 이건 유효기간 직전에 등록할 예정이다. 샘 베이직의 단점은 가성비가 가장 안 좋다는 점이지만 선택을 잘한다면 유용하게 잘 쓸 수도 있다.
기존에 예스24의 북클럽이나 리디북스의 리디 셀렉트를 이용해본 적도 있지만 내가 찾는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아 현재는 이용하지 않는다. 구독 서비스의 장서 보유량은 교보 샘 베이직이 1위 (약 18만 권), 밀리의 서재가 2위 (약 12만 권)다. 예스24북클럽이나 리디셀릭트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몇 만권 수준이다.
현재 나의 도서 구매 알고리듬은 다음과 같다.
1. 구매 가치가 있는가?
2. 전자책이 있는가?
3. 종이책으로 소장할 만 한가?
4. 전자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가?
5. 밀리의 서재에 있는가?
6. 샘 베이직에 있는가?
7. 밀리의 서재나 샘베이직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는가?
8. 교보문고나 예스24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이나 상품권이 있는가?
이에 따라 어디서 구매할지가 정해진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서점은 교보문고와 예스24. 교보문고는 집 근처에 오프라인 서점도 있어서 종종 바로드림으로도 이용한다. 특히 내가 살 책보다는 아내나 아이가 바로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을 위주로 산다.
아이가 읽을 책들을 전집이나 세트로 구매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경우 예전엔 알고 지내던 영업사원을 통해서 구매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아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도서 인플루언서들이 진행하는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집에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이의 전집류들이다. 이것도 종종 중고로 팔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사는 속도가 더 빠르기에 집안의 책장은 늘 꽉 차있다. 아마 이러한 책들이 빠져야 책장들에 여유가 좀 생길 듯하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를 얘기하려다가 옆으로 샌 것 같다.
그럼 종이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인 실체가 있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힌다. 그러니 책장에 꽂아두면 (설사 읽지는 않았더라도) 뿌듯하고, 언제든지 꺼내 읽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휘리릭 훑어보기에도 용이하다.
그 밖에 또 뭐가 있을까? 아,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 쉽다. 전자책은 약간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우려가 있지만 종이책은 그 책만 전해주면 되기에 가족 간 혹은 친구, 지인 간에 빌려주기가 용이하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독서 그 자체의 측면에서 본다면 어떨까? 전자책은 이북 리더로 보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내 경우 종이책으로 보는 것과 전자책으로 보는 것 간의 차이는 없다. 둘 다 이질감이 없고 익숙하다. 이북 리더는 12년 넘게 사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몰입도도 비슷하다. 대신 종이책은 페이지를 넘겨가는 손맛이 있지만 아무래도 들고 보기는 좀 불편하다. 독서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면 페이지를 넘기기가 불편해서 잘 쓰지는 않는다. 이북 리더의 경우에는 들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거치해서 리모컨으로 본다. 그러니 편의성은 전자책이 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눈의 피로도도 비슷한 편인데 나도 노안이 있고 책이든 화면이든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해지는 편이다. 물론 책만 보고 있을 때는 모르는데 책을 보다가 다른 일을 하려면 눈의 초점이 잘 안 맞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한 점을 제외하면 딱히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나 비슷하다.
가끔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왜 그러는가 싶다. 결국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나 독서라는 행위 자체는 동일한 것이고,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둘 다 동일한 책이다. 그래서 전자책으로 읽은 책을 종이책으로 다시 구매하기도 하고, 종이책으로 읽던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종이책을 선호하는지 전자책을 선호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지만 어느 것이 더 좋냐고 한다면 마치 어린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종이책은 엄마에 가깝고 전자책은 아빠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독서 그 자체를 즐기자. 어떤 형태가 되었든 독서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p.s. 종이책과 전자책을 구매하는 비율은 전자책이 약간 더 높지만 종이책도 여전히 계속 구입한다. 전자책으로 안 나오는 것들도 있고, 또 종이책으로 보는 게 좋은 책들도 있으니까. 현재는 아이의 짐들 때문에 서재를 꾸미기가 어렵지만 짐들이 좀 정리가 되면 내 방을 서재로 만들고 싶은 희망이 있다. 몇 년이 지나면 가능하지 않을까? (몇 년 전에 업체에서 견적도 받아본 적이 있었지만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