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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14. 2022

책에 대한 예의

나는 책을 구매할 때 대체로는 새책을 구매하지만 절판되거나 새책을 구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중고로 구매하기도 한다. 또는 거의 새책 같은 책 혹은 재고로 오래 남아있었던 책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면 중고로 구매하기도 한다. 물론 전자책이라도 있으면 전자책으로 구매하지만.


중고로 구매할 때는 가급적 서점사의 직배송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서점사 내에 개인 판매자들이 판매하는 것을 비교해보고 구입한다. 간혹 서점사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읽고 싶었던 책이 품절이라 중고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구매하는 김에 같은 저자의 다른 책도 함께 주문하였다. (다른 책은 개정판이 나와 있었고, 전자책으로도 있었다)


상태는 각각 최상급, 상급이라고 해서 무난하겠다 싶었다. 그러고 나서 배송을 받았다.



그런데 책이 이렇게 왔다. 책 두 권을 종이로만 포장해서. 개인 판매자도 아닌 중고책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 같았는데도 말이다.


지금껏 종이책을 중고로 구매하면서 아무런 완충재도 없이 저렇게 포장해서 보낸 판매자는 처음이었다. 에어캡이나 골판지로 감싼 후 박스에 넣어 보내거나 아니면 서점사의 에어캡 봉투, 완충재를 재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황당했다.



책의 모서리 부분은 이렇게 됐는데 원래 이랬는지 배송 중에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본문은 큰 문제가 없어서 그냥 보기로 했다. 대신 구매확정 후 평점은 좀 낮게 줬고, 포장에 대한 개선을 요청했다.


간혹 새책의 경우에도 저렇게 모서리가 찍혀 있거나 눌린 경우가 있다. 그건 서점사마다 비슷한 비율로 있는데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환은 잘하지 않는다. 내 경우엔 그런 경우로 교환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건 너무 심각해서. 


최근엔 기계로 포장하고 배송하는 시스템이라서 더 그렇다고도 하는데 사실여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애초에 그런 책을 보낸 것이든 배송 중에 그런 것이든 책이 손상되면 참 속상하다.




나는 책을 아낀다. 책을 온전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해서 읽을 때도 조심해서 읽고, 절대로 접거나 밑줄을 긋지도 않는다. 책에 아무 표시도 남기지 않는다. (물론 교과서나 공부하는 책은 예외) 띠지 조차도 그대로 끼워서 보관한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책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내 아내의 경우엔 책에 열심히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읽고, 여백에 메모를 해가며 읽는다. 필사도 종종 한다.


내 아이의 경우에는 읽다가 만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어두기도 하고, 여백에 그림도 그린다. 더 어릴 땐 책에 낙서도 하고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한 것들이 나와는 다르지만 그것도 각자가 책을 읽는 방식이니 내 책이 아니면 딱히 관여하지는 않는다. 다만 책을 소중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속마음은 있다.


예전엔 가끔 지인에게 책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읽은 책이 좋아서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내 책이니 잘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려받은 책의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양장본의 경우 겉표지가 거의 떨어져 나갈 정도가 되기도 했고,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대놓고 말은 못 했지만 그 뒤로 이제 남에게 책은 빌려주지 않기로 했다.


나는 장서가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책을 사는 것도, 보관해 두는 것도, 읽는 것도 다 좋아한다.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많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읽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어떤 이들에게 책은 그냥 상품이고 이윤을 얻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중고책 판매자들의 경우엔 더 그런 것 같다. 재고로 쌓인, 창고나 어딘가에 쌓인 책 중에서 팔리면 좋을 그런 상품일 뿐. 그런 사람들에게 잘 포장해서 보내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책에 대한 예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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