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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24. 2022

나는 문학평론가가 아니니까

문학평론가라는 직업이 있다.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학평론을 전업으로 삼고 있으니 직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문학평론은 말 그대로 문학에 대한 평론이다. 평가하고 논한다는 의미. 하지만 문학작품을 평가하고 논할 수 있는 권한은 어떻게 갖게 되는 것일까. 국문학 또는 외국문학을 전공하고 특히 평론에 대한 연구를 했어야 권위를 인정받게 되는 걸까. 다른 경력이 있으면 플러스 요인이 될까. 문학을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물음. 그럼 문학이란 뭐지? 


이런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니 나로선 도무지 답을 알기 어렵다. 문학작품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정작 내가 좋아한다는 것들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문학평론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문학평론은 단순히 끄적거리듯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분석하고 때론 정밀하게 해부하게도 한다. 일종의 수사와도 비슷하다. 부검도 하고, 탐문을 하듯이 작가와 그 작품의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그렇게 분석된 조각들은 다시 문학평론가에 의해 맞춰지고, 다양한 결과물로 나오게 된다. 어떤 글은 논문이 되기도 하고, 어떤 글은 출판되는 책 뒤에 실리며, 어떤 글은 신문이나 잡지, 혹은 광고글에 실리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글이어도 허투루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학평론가로서 이름을 내건 자존심도 있을 것이고. 


그러한 글들은 평론가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같은 작품을 놓고도 평론가마다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작품을 출판하면서 출판사들은 서평을 받기 위해 문학평론가들을 섭외할 때도 신중을 기한다.


서평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내가 난독이 있는 편은 아닌데 그 글들의 수사는 현란하고 논조는 모호하기도 하다. 이게 과연 이 작품에 대한 글인가 싶을 정도로 곁가지가 많은 글들도 있다. 어쨌거나 그 글들은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것일 텐데 참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텐데.


하지만 대체로 서평, 평론들은 참 멋지다. 어떻게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지, 그게 그런 의미인지 알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라도 한 걸까? 작가와 그런 얘기를 해 본 것일까? 그러한 과정은 알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문학평론은 작품의 정제, 정화과정과 유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독자에게 진액을 뽑아내어 제공해주기 위한 것. 그러한 과정을 하기에 문학평론가들은 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런 문학평론가들의 멋진 글들에 비해 나처럼 소박하게 감상후기를 끄적거리는 사람들은 그런 거창한 담론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한 줄의 글이어도 나의 감상이면 되고, 부족한 글이어도 나의 생각이면 된다. 인터넷 공간상에 글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쓰는 것도 아니고 그에 대한 평가를 기대하거나 받을 필요도 없다. 그런 생각으로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문학평론가가 아니니까 자유로울 수 있다.


p.s. 내 브런치에 우연이든 아니면 원해서든 방문하여 글을 읽은 분들은 어떤 걸 기대한 걸까? 책에 대한 정보? 책을 읽은 소감? 나의 생각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 가끔은 나의 안일함으로 인해 미안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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