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후기

김연수 <원더보이>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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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님의 <원더보이>를 다 읽었습니다. 한 번에 주욱 읽어나갈 수도 있었지만 밤마다 짬짬이 읽었어요. 진도는 더뎠지만 그만큼 생각할 것들도 많았습니다.


1980년, 1984년, 1987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대는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텐데요, 이는 또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신군부, 그리고 제5공화국의 시작과 끝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제6공화국이 되어서도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신군부는 그 시한부 삶을 연명하기는 했습니다만)


1980년에는 수형-희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1984년에는 정훈과 아빠, 그리고 권대령을 위시한 독재정권 수하인들의 이야기, 1987년(실제로는 1984~1987년까지 이어지는)은 민주화운동과 그 속에 있던 재진-희선의 이야기와 맞물린 정훈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 시간을 관통하는 독재-민주화운동을 중심축으로 하고, 정훈의 이야기가 비스듬한 사선의 축을 이루며 그 중심축을 지나가고,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가 또 다른 비스듬한 사선의 축으로 이어지는 구조네요.


공교롭게도 1984년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는 1984년을 그렇게 예언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단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그 소설의 내용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아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네요.


아빠와 엄마의 이야기는 1969년~1970년까지의 이야기라 작품의 전반적 시대 배경보다 다소 앞서지만 독재정권-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만난다고 볼 수 있을 듯해요. 물론 아빠나 엄마가 민주화운동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그것이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새'의 이야기로 발현된 것이겠지요.


그러한 속에서 정훈이 성장해 나가는 성장소설이자, 1987년을 기점으로 더 나은 세상을 갈망했던, 희망을 보았던 이 땅의 많은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지금 보면 다소 허황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1987년 여름이 되자,
베드로의 집에서 국영수를 가르치던 형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완전히 다를 거라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만약 누군가 그런 짓을 하려고 든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뭐라도 할 것이라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1987년 6월의 민주화운동으로 6.29 선언이 발표되고, 개헌으로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로 바뀌고, 제6공화국이 탄생하게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라 모두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며, 민주국가가 될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물론 우리는 그 후 35년의 역사를 알고 있고, 역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민중의 힘이 이루어낸 그 결실을 아직은 지켜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세력들이 상존하기에 그 갈등을 드러내며 지금까지 왔음에도요.


작중에서 아빠의 '비망록'은 아빠가 과거, 현재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과거와 현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누리는 것들은 그동안 수많은 이들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요.


이 책의 주인공인 정훈은 어쩌면 작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70년생인 김연수 작가님과 정훈의 나이가 같으니까요. 물론 이야기는 허구로 지어낸 것이겠지만, 정훈의 생각들은 작가님의 생각들이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 책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요, 본문 내에서 정훈의 생각인 부분은 옅은 회색으로 되어 있는데 한 문장 내에서도 그것들이 반복되며 나타나서 가독성은 조금 떨어졌습니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되었는데 그래도 읽다 보니 적응이 되긴 하더군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까, 과연 정훈은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읽었지만 그 결말은 스포가 될 것 같으니 생략할게요. 다만, 저는 이 이야기가 미완성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요. ^^


정훈이 지금은 53살 (만 52세)의 중년이 되어 있을 텐데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요? 추측으로는 재진, 희선과 함께 계속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사회단체 혹은 NGO 쪽에서 일을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작가님처럼 작가가 되었을 수도 있을 듯해요.


저도 비슷한 시기를 지나오며 지난 시간들의 기억을 떠올렸고, 앞으로의 날들을 기약하게 되었네요. 이야기도, 문장도,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모든 것들이 좋았던 작품, <원더보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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