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Nov 17. 2022

독태기가 올 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독태기'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된다. '독서'+'권태기'의 합성어인데 한마디로 책을 읽는 것이 싫증 나고 재미없다는 얘기. 나도 가끔씩 겪는 일이다.


비단 독서만은 아니다. 모든 것, 모든 일들이 그렇지 않은가? 시간은 유한하고,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내가 책을 읽게 되면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하고, 책을 읽지 않는다면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면 그것은 독서가 다른 것들보다 더 높은 재미와 효용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독태기는 주로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찾아온다. 바쁘고 다른 해야 할 일들이 많을 때는 독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손에서 책을 놓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시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고, 책을 다시 읽게 돼도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있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억지로, 의무감으로 책을 읽게 되는 경우에도 찾아온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어렵고 재미없는 책을 읽게 되면 독서 자체가 싫어지게 될 수 있다. 


독서가 재미없어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특정한 목표가 있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독태기가 올 때는 굳이 독서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을 해도 되니까. (다만, 일상의 모든 것이 무료하고 슬럼프라면 그건 좀 곤란할 수도)


하지만 독태기가 왔다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독태기를 벗어날 방법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비슷한 해결책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1. 독서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린다.

독서는 의무가 아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다고 누구에게 자랑할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독태기 때는 잠시 손에서 책을 놓는 것도 괜찮다. 이 때는 책을 억지로 읽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다른 재밌는 것들을 찾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볼 수 있다.


함께 읽기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으면 동기부여도 되지만 열등감을 느끼거나 따라가기 벅찬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과감하게 포기한다. 대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해서 그 책을 다시 읽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책이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2. 읽기 편하고 재밌는 책을 읽어본다.

분량이 많거나 어렵고 재미없는 책을 읽을 때 독태기가 찾아왔다면 그 책을 덮고, 대신 읽기 편하고 재밌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이 재밌었다고 추천하는 책들도 괜찮고, 평소 자기가 좋아했던 장르의 책도 괜찮다. 내 경우에는 만화책들도 즐겨보기 때문에 만화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건 자기 마음이 내킬 때까지다. 대신, 그런 책들만 읽는다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그것도 독서의 일환이니까.


3. 읽을 책을 쌓아두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대여했거나 (전자도서관 포함), 서점사나 구독 서비스에서 대여한 책의 경우에는 기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기간 내에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 수 있다. 또한 많이 읽을수록 이득이라는 생각 때문에 무리하게 많은 책을 대여해놓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에는 책 사는 것도 좋아해서 읽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더 빠를 정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책이 쌓이게 되면 책장에 쌓이는 무게만큼 내 마음을 누르는 무게도 커진다. 그러니 가급적이면 읽을 책을 쌓아두지는 말고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대여하거나 구매하는 게 좋겠다.


4.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목표만 세운다.

간혹 과하게 독서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독서 패턴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목표부터 높게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대부분 그 목표를 달성하기도 전에 지치게 된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을까 말까 한 사람이 1년에 50권을 세운다는 목표는 사실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목표는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독서습관을 고려해서 설정한다. 내 경우에는 항상 약간 낮게 설정해두는 편이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기쁨이 있으니까.




그밖에도 개인마다 독태기를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모든 이들이 즐거운 독서가 되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공계 출신이 소설가 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