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Nov 23. 2022

이공계 출신이 소설가 되기

혹시 장강명 작가를 아시나요? 국내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작품을 읽어본 분들도 계실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인데 그분의 작품들도 좋아해서 거의 다 읽어보았습니다. (최근작인 <재수사>는 책은 구매했지만 아직 읽진 못했는데, 조만간 읽을 예정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경우엔 공대를 나와서 메이저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됐고, 여러 문학상을 휩쓸면서 화려하게 등단을 했죠. 다작을 하면서도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소설을 쓰고 있어요. 특히나 기자생활을 했던 경력 덕분에 특히 르포에 강하고, 작품에서 디테일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설을 쓰는 것이 인문계 출신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공계 출신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위에서 얘기했던 장강명 작가가 있고, 요즘 대세인 김초엽 작가도 들 수 있습니다. 이미예 작가, 황보름 작가도 (아직 다양한 작품은 없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그 외 제가 모르는 작가들도 많을 거예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미예 작가의 경우에는 공대 출신으로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역시 작가로서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작품을 쓰고, 펀딩으로 책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됐고 2권까지 냈죠. 


이들 이공계 출신 작가들은 정식으로 작가 훈련(?)을 받지 못해서 한계도 보인다고 하지만 그래서 강점을 갖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SF 장르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그 외의 장르에서도 가능성을 보입니다.


물론 전체 작가 풀에서 본다면 여전히 소수이긴 합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특별한 취급을 받는.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한 구분이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이공계 출신은 인문학적 소양도 부족하고, 글쓰기나 독서능력도 부족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걸까요?


저도 이공계 출신이긴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해서 학생 시절부터 습작시와 소설들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진짜 작가'가 돼서 제 작품들을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꿈도 있죠. 그 꿈은 여전히 품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이공계 출신들이 그러한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가가 위해선 기본적으로 작가적 재능과 소양이 있어야겠지만, 컷오프(문학상 수상이나 정식 작가로 데뷔 등)를 통과해야 가능한 것이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탈락하고 좌절을 겪으니까요.


그래서 '등단'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장강명 작가의 <당선, 합격, 계급>에서는 그러한 것을 르포 형식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국내 문학계의 현실과 문학상들의 범람, 그럼에도 등단을 하지 않으면 문단에서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점들을요.


'과연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등단을 해야 하는가, 나는 그걸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글 쓰는 일에 몰두할 자신은 없습니다. 이건 정말 더 먼 훗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의지만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는 '등단'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많아졌으니까요. 


최근엔 웹소설도 주요 매체가 됐고, 많은 이들이 웹소설로 데뷔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브런치도 작가로서 출발하게 되는 매체가 되기도 합니다. 또 공모전도 많아서 등단도 더 쉬워졌다고 할 수 있겠죠. 특히, 장르 또는 주제가 부각되는 공모전들도 있기에 의지만 있다면 그런 공모전에 도전해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걸 보면 등단은 기존 문학계가 채운 족쇄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들이 얘기하는 '문학성'은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일까요?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지고 이공계 출신의 작가들이 많아지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그만큼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등단의 경쟁률 역시 여전히 치열하며 정식 작가로 데뷔하고 성공하는 것 역시도 어렵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학자로서의 길이 좀 더 수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등단하는 것보다 SCI 논문 쓰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서요. ^^;;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기록 남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