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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Nov 23. 2022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것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의 마음을 상기하며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지난 2015년 9월 3일이다. 브런치 론칭 초기에 작가가 되어 이제 7년이 넘었지만 사실 그동안 쓴 글도 별로 없고, 브런치도 몇 번을 닫아두었으니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애초 브런치 작가를 신청할 때 특별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브런치라는 신생 사이트가 생겼는데, 거기에 글을 '발행'하려면 작가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기에, '한 번 신청해볼까?'라는 안일함으로 기존에 썼던 글 몇 개로 신청을 했던 것이다.


작가가 되는 것이 꽤 까다롭다는 소문에 비해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경쟁이 그다지 없었는지 어쨌든 한 번에 작가로 승인되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작가가 되니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동안 개인 블로그에 틈틈이 쓰던 글도 있었고, 내가 활동하던 카페나 페이스북 등에 글을 남기기는 했지만 그것들은 내 글을 볼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아예 공개된 것은 아니었다. 브런치는 일단 발행하게 되면 다 공개되기도 하지만 이 서비스의 목적 자체가 '출판'의 형태라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첫 글을 발행하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개인적인 얘기를 적어보기도 했고, 내가 썼던 습작 소설을 남겨보기도 했지만 왠지 그런 것들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런 것들을 꾸준히 쓴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도 좀 있었다.


그렇게 방치되다시피 한 브런치를 지난달에 다시 열면서 이번에는 딱 한 가지 주제만 잡아서 글을 쓰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주제. 바로 '책'이었다.


책, 독서를 주제로 한 브런치도 많고, 블로그, 유튜브, 인플루언서들도 많다. 책을 읽지는 않지만 책에 대한 관심은 많고, 얘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까. 물론 그 가운데는 출판사나 서점사의 협찬이 관여되어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지만.


나는 그냥 책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적고, 종이책이나 전자책에 대한 이야기,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떤 정보를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내 느낌과 경험에 대한 공유를 하고 싶었다. 그 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 이미 이전에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도서를 협찬받아서 서평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내 돈으로 책을 사고 솔직한 감상을 적고자 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실 책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기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올 수 있고, 나의 생각들도 나올 수 있다. 그러한 정도는 내 글을 읽는 분들도 이해하기를 바랐다.


문득 대략적인 통계를 내 보았다. 현재까지 브런치에 남긴 독서후기는 약 150여 편 정도. 하지만 그 비율은 내가 지난 10여 년 간 읽은 책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전에 썼던 독서후기까지 다 긁어 모아도 그렇다. 최근에 쓰는 글들은 근래에 읽은 책들에 대한 소감이긴 한데, 가끔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소감을 적기도 한다. 


아무래도 독서 후기는 책을 읽은 직후에 적는 것이 가장 낫다.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감상들을 적을 수 있으니 좀 더 신선한 느낌이 든다. 반면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하면 아무래도 기억을 쥐어 짜내야 하고, 간혹 왜곡된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책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 가장 낫다. 그래서 재독 후 글을 남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책을 읽는 속도보다 책을 사는 속도가 더 빠르기에,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내가 산 책의 30% 정도 밖에는 읽지 못한다. 이미 있는 책들만 읽어도 한동안은 계속 읽을 수 있겠지만 신간이 나오거나 추천되는 책이 있으면 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독 서비스에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으니.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계속한다는 것은 큰 일 하나를 하는 것 이상의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덜 버거울 것이다. 대신,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말고. (브런치를 하다 보면 구독자수나 게시물 조회수가 신경 쓰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니까)


앞으로는 이 브런치를 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훗날에 이곳에 쌓인 기록들을 보며 '이런 책들도 읽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그렇게 나의 독서 생활과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어 주면 그걸로 족하다.


p.s. 찾아보니 5년 전에도 비슷한 글을 썼었다. 매번 다짐만 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라도 마음을 다잡는 것이 필요해서 그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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