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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Nov 25. 2022

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2014년에 번역본이 나온 책이고, 이 후기는 2017년에 작성했던 것이라 지금과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이 어떻게 창업되었고,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기록하고 있어서 아마존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듯하여 가져와봅니다.




이 책은 아마존의 탄생부터 2013년까지의 일들 위주로 서술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CEO 제프 베조스가 있다. 애플로 치면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 못지않게 독단적이고 카리스마 있으며 아마존의 성공을 이끌어 왔다. 


스티브 잡스와의 차이점이라면, 그는 아마존의 창립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최고경영자 및 의사결정자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며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2년 지금까지도 건재하며 여전히 아마존을 이끌고 있다)


저자가 아마존에 대해 하고픈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제프 베조스를 직접 인터뷰하면서 썼다기보다는 아마존에 대해서 조사하고 직원들 인터뷰 위주로 하다 보니 균형을 잘 잡은 듯하다.


아마존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관심이 있으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면 상당히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뭔가 배울 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프 베조스에 대한 전기도 아닌 조금 모호한 성격의,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아마존의 초기 어려움, 그리고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가에 대해선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그냥 그럭저럭 위기를 넘겼고, 이사회나 주주와의 대립이 있었지만 제프 베조스의 독단적 결정으로 넘어갔다는 식으로만 적혀있다. 그래서 극적인 효과나 긴장감은 덜하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현재의 아마존을 알고 있으니 결말을 알고 보고 있는 셈이니까.


이 책을 통해 아마존에 대해서 몇 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대부분 실망스러운 것들이었다. 이 책은 아마존에 대해서 폭로하기로 작정하고 쓴 것 같다.


1. 아마존은 처음부터 모든 제품을 판매하려고 계획했었다. 책 판매로 시작한 건 그게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2. 아마존은 제프 베조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손해도 많이 감수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아마존의 인지도를 올리고 충성고객을 양성하는 발판이 되긴 했다. 제프 베조스는 그것을 장기적인 비전을 위한 투자라 생각했다.

3. 킨들 출시 전, 아마존은 출판사들에게 압력을 가하여 전자책을 출간하도록 했다. 출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전자책을 출간했고, 아마존은 출판사와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9.99의 일괄 가격을 매겼으며 이후 그 정책을 고수했다.

4. 아마존은 출판사를 비롯해서 유통사, 제조사와의 파트너십을 무시하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해왔다.

5. 익히 알려진 대로 아마존의 근무여건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제프 베조스가 신뢰하고 끝까지 함께 하려고 했던 직원들도 있었다. 제프 베조스의 충성스러운 직원들은 '제프봇'이라 불리고, 제프의 신념들은 '제프이즘'으로 불린다.

6. 아마존은 경쟁사를 자금력을 이용해서 고사시킨 후 인수하는 전략을 써왔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에브리씽 스토어'를 하나하나 채워갔다.

7. 제프 베조스는 고객의 불평을 듣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그래서 고객이 불만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무료통화번호를 홈페이지 내에 숨겨두거나 어떻게든 불만을 최소화하라고 고객응대팀에게 압박을 가해왔다.

8. 아마존은 판매세를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써왔고, 이외에도 여러 가지 꼼수로 지출을 줄이려 했었다.


이 밖에도 많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아마존의 악행이 많았던 것. 이미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아마존이 생각보다 더 악덕 기업인 것 같은 생각도 들게 한다.


킨들 및 전자책 관련한 내용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화도 많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앞서 말한 대로 아마존이 출판사들을 반협박으로 전자책을 내게 한 것이나, 출판사들이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협의하려다 담합으로 소송이 걸린 점이나, 아마존의 가격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에 애플과 손잡고 에이전시 모델을 만든 것 등등이 있다. 


결국 아마존도 에이전시 모델로 돌아서게 되었다. 미국 내에서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아마존의 역할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아마존의 권력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선 저래도 됐나 싶다. 그만큼 다들 아마존이 무서웠던 것이겠지.


책의 후반부에는 제프 베조스의 고민도 나온다.


"사람들이 아마존을 고객을 기쁘게 하고 고객을 위해 헌신하는 혁신적이고 가치를 창조하는 회사로 계속 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회사와 지역사회에서 돈을 빼내서 자신의 금박 입힌 돈궤에 집어넣는 냉혈한으로 볼 것인가?"


그는 고객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해왔다고 하지만 그간의 행보를 보면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이 든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마크 주커버그 등을 보면 공통점이 많은 듯하다. 성격적인 면도 그렇고, 그들이 가진 야망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 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들이 사업적 수완은 좋았고,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승부를 했다고 해도 과연 그들의 결정과 행보가 모두 옳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에. 그런 거대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보인다.


아마존의 목표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다. 전자상거래뿐만 아니라 미디어, IT, 우주개발까지 섭렵하고 있으니까. 새로운 것을 한다고 기존에 하던 것을 소홀히 하지 않기에 계속 잘 버텨가고는 있지만 과연 제프 베조스의 힘이 언제까지 존속할까 싶기도 하다.


나 역시 아마존을 이용한 지 오래됐고, 한때는 충성도 높은 고객이긴 하지만 아마존의 저러한 실상을 알았다고 해서 아마존 이용을 중단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도 아마존만 한 곳은 없으니까. 다만 아마존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 과연 그것이 아마존의 최초의 이상향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보기 위해서라도.


p.s. 여담이지만 번역자의 이름이 상당히 특이하다. '야나 마키에이라'라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지만 영어, 스페인어, 한국어를 상당히 잘하는 것 같다. 번역도 괜찮은 편이고 (가끔 어색한 표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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