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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r 04. 2024

벽돌책을 읽는 방법

조금씩, 꾸준히, 즐겁게 읽다보면 어느덧 완독

DALL-E로 생성한 이미


소위 '벽돌책'이라고 불리는 책들이 있다. '벽돌'이라는 이미지에서 느껴지듯이 그만큼 두껍다는 의미다. 영어에서도 비슷하게 'brick book'이라는 표현이 있긴 한데 일반적으로 쓰이는지는 잘 모르겠다.


벽돌책의 기준이 되는 두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실제 벽돌과 비교해서 대략 5.7 cm 정도라고 한 것을 보았다. 책의 두께를 재어보면 (종이에 따라 다르지만) 100 페이지 (50장) 정도가 대략 1 cm 정도의 두께가 나오니까 600 페이지 정도면 벽돌책의 기준으로 잡을 수 있을까.


내 경우에는 굳이 벽돌책이라고 구분한다면 심리적으로는 800 페이지를 기준으로 하지만 1000 페이지가 넘어가면 확실히 그런 느낌이 강해진다. 이것은 정말 누가 봐도 벽돌책이라고 할 만하다. 이 정도면 분권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분권보다는 합본을 더 선호한다. 


그런데 벽돌책에 대한 부담감은 단지 두께나 분량 때문만은 아니라 책의 내용 때문일 것이다. 심리적인 두께라고 할까? 만약 어렵고 지루한 내용이라면 300 페이지가 안 되는 책도 읽기 힘들 수 있다. 반면 소설 등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몇 권씩 되어 있는 것도 부담감이 덜 하니까. (물론 고전문학 중에서는 벽돌책의 반열에 오르기 충분한 것들이 넘쳐난다)


대체로 이러한 벽돌책들은 비문학, 특히 인문학, 과학 도서들이 많아서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혹은 화제가 되면 읽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긴 하다.


벽돌책의 대표적인 예로는 <총, 균, 쇠>, <사피엔스>,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등을 드는데 나도 이 책들을 다 읽어보긴 했지만 솔직히 벽돌책이라고 하기엔 좀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겠다. 일단 이 책들은 사람들이 겁내는 것보다는 그리 두껍지 않고 재밌다. 게다가 각각이 출간 시기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책들이라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아마 앞으로도 꾸준히 필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내 경우에는 벽돌책도 즐겨 읽는 편인데, 단지 벽돌책이어서 읽는 건은 아니고 읽는 책들 중에 벽돌책들도 간간히 끼어 있다. 분야도 다양하지만 인문, 과학, 역사, 사회과학 등이 주를 이룬다. 대체로는 내 관심분야들이다.




이러한 벽돌책을 읽는 몇 가지 팁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1. 흥미가 가장 중요하다

어떤 책을 읽든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하고 재미를 느껴야 한다. 남들이 읽는 책이라고 해서 의무감으로 읽을 필요는 없겠다. 어떤 책이나 마찬가지지만 억지로 읽는 것은 오히려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학생이어서 혹은 필요하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것은 권고하진 않는다.


2. 목표와 계획을 세워 꾸준히 읽는다

내 경우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병렬독서'를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벽돌책을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에는 읽다가 말고 몇 년이 지나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포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한 권씩 읽는 것이 더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 경우, 벽돌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면 언제까지 읽겠다는 목표와 얼만큼씩 읽을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은 무리하게 세우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스타일에 맞게 가능한 만큼만 한다. 가급적이면 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꾸준하게 읽도록 한다.


3. 완독에 의미를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물론 완독은 좋다. 책의 서문부터 끝까지 (나는 주석이나 참고문헌까지는 다 안 읽는 편이긴 하지만) 저자가 의도한 구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따라가면서 저자의 논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실망하지 말자. 비록 앞부분만 좀 읽다가 말더라도, 혹은 발췌해서 읽더라도, 아니면 하다 못해 서문만 읽었더라도 일단은 그 책을 접했다는 기억 자체가 그 책과의 접점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책을 다시 접할 기회는 대체로 나중에 또 오게 된다. 다음에 그 책을 다시 읽게 되면 이전과는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4. 가급적 정독을 한다

사람마다 독서력이 다르기 때문에 평소에 책을 잘 안 읽던 사람이 갑자기 벽돌책을 잘 읽게 되기는 어렵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는 속도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배경지식 등 책을 이해하는 것도 포함이다. 그러다 보니 술술 잘 읽히는 책도 있지만 많은 사고를 요하는 책도 있다. 그러니 가급적 정독을 하는 것을 권고한다. 때론 느리게 읽는 것이 더 빨리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필요하다면 책에 줄을 치거나 표시를 하는 것도 괜찮고, 노트 등에 따로 정리를 하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5.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는다

혼자 읽기 벅차다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검증된 독서모임이나 함께 읽기 모임은 진도 관리뿐만 아니라 소감이나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의견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모두 가능하나 무엇보다 자신의 스타일과 잘 맞는 것이 중요하겠다.


6. 다시 읽어본다

이러한 책들은 대체로 한 번 읽어서 완전히 이해하거나 소화시키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내 경우에는 아직 한 번씩밖에 못 읽은 책들이 많지만, 두 번 이상 읽은 책들도 꽤 있다. 두 번 이상 읽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단 벽돌책뿐만 아니라 책들은 여러 번 읽을수록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러한 것들은 특별한 방법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결국엔 본인 스스로 읽어야 하는 것이고 왕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벽돌책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과감히 도전해서 완독 하는 성취감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런 책들은 과시용으로 읽는 건 아니다. 단편적인 지식이라면 어쩌면 이 책들에서 얻는 것보다 아마 유튜브나 OTT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또는 핵심만 축약해 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면)만 읽고 마치 그 책 전체를 읽은 것처럼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러한 책들을 읽는 의미를 많이 쇠퇴시키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무엇보다 그 전개 방식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작가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벽돌책을 읽는 진정한 의미는 그런 재미와 통찰을 느끼기 위해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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