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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an 09. 2023

전자책, 전자잉크, 이북리더

'전자책'이란 종이에 인쇄된 것이 아닌 디지털 형태로 된 '보는' 책을 의미하며, 주로 화면이 있는 전자기기를 통해 보게 된다. '듣는' 책의 경우에는 '오디오북'으로 따로 구분하고 있다.


영어로는 'electronic book', 약칭 'eBook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한글로 그대로 '이북'이라고 쓰거나 혼용해서 'e북'으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냥 '전자책'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전자책이 있기는 했으나 정식으로 서비스되었다기보다는 텍스트 파일이나 PDF로 추출된 불법 콘텐츠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PC용 뷰어로만 볼 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현재는 국내외에서도 전자책을 정식으로 서비스한 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착이 된 셈이다.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전자기기'는 PC처럼 고정된 장소에서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휴대용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휴대용 기기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현재는 전자책 전용 기기와 모바일 기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까지)로 양분된 상태다. (예전에는 PDA나 MP3 플레이어, 동영상 플레이어를 이용해서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는 앞서 말한 대로 불법 콘텐츠들이었으니 논외로 한다)


그렇게 구분하는 기준은 디스플레이의 종류다. 전자책 전용 기는 대체로 'eInk'라고 하는 '전자잉크'를 사용한다. 또는 'ePaper(전자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eInk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인다. 아예 그것을 회사명으로 하는 업체('EInk 사')가 있는데, 이로 인해 고유명사가 일반명사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eInk 대신 '전자잉크'라는 용어로 사용하겠다.


그러한 전자잉크를 사용하는 기기를 대체로 '전자책 기기 ('전자책 단말기'라고도 하지만 엄밀하게는 틀린 용어다)'  또는 'eBook Reader'라고 한다. 우리말로 '이북리더'라고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은데 이게 묘한 어감이라 ("'북한의 지도자' 말고" 라는 농담이 흔한 이유다) 그에 대한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 싶다. 내 경우에도 이북리더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고 있고, 여기에서도 그렇게 얘기하겠다.


여담으로, 어떤 사람은 이북리더를 가리켜 '전자책'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엄밀하게는 다르다. 이북리더는 하드웨어고, 전자책은 소프트웨어니까. 그러니 이북리더를 추천해달라고 하면서  '전자책 추천해 주세요'라는 얘기는 틀린 것.


이북리더는 화면을 제외하고는 태블릿과 같은 기기다. 아마존처럼 자체적으로 개발한 OS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물론 Linux 기반이지만) 안드로이드를 약간 커스트마이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흑백으로 된 태블릿처럼 보인다.


내 kindle Voyage


이러한 이북리더는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했지만 대중화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다. 이때쯤 아마존에서도 킨들을 계속 출시했고, 소니에서도 범용기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교보와 아이리버 합작으로 스토리가 나왔고, 인터파크 비스킷, 북큐브의 B612, 815, 페이지원 등이 등장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전자잉크 패널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곳은 대만에 있는 'Eink'라는 회사다. 앞서 얘기한 대로 회사명을 그대로 일반명사화시킬 정도로 전자잉크 패널 시장의 제품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애초에 전자잉크의 특허 자체를 이 회사에서 갖고 있었으니 그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래와 같이 특허등록증을 보면 MIT에서 개발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MIT에서 창업된 회사를 대만 업체에서 합병하여 현재와 같이 EInk 회사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전자잉크 패널을 독점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이익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런 이유로 개발을 해놓고도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도 과거에 LG 디스플레이가 흑백 및 컬러 전자잉크 패널을 개발하려 했지만 결국 양산에 들어가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대만산이나 중국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기 때문이다.


결국 한 회사가 독점하면서 전자잉크 패널의 가격을 좌지우지하게 되어 LCD나 LED에 비해서도 비싸게 되었고, 이북리더의 가격은 성능에 비해 고가라는 인식이 생겼다. 실제로도 그렇다. 비슷한 성능의 저가 태블릿과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이게 전자잉크 패널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북리더는 왜 굳이 전자잉크를 사용할까?


전자잉크 패널은 패널 안에 매우 작은 마이크로캡슐들이 들어 있고 전기신호가 가해지면 검은색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전기신호가 가해지지 않아도 일단 화면에 표시된 것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그 덕분에 전력소모는 적어진다. 다만, 화면이 전환될 때의 전력소모는 많은 편이다.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은 패널은 약간 회색빛 또는 누런빛을 띠게 된다. 마치 종이처럼.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종이에 인쇄된 책처럼 눈에 편하다는 점이다. 특히 외부 조명(햇빛이나 독서등)이 있을 경우에 더욱 그런데, 이는 종이처럼 반사되어 나오는 빛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LCD나 LED는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눈에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블루라이트가 그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는데 화면전환 속도가 느리고 잔상이 많이 남는다. 화면이 바뀔 때마다 깜빡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화면전환이 잦은 경우에는 사용이 어려워진다. 이북리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프레시 횟수를 조절하거나 '리갈 웨이브 폼'이라는 기술도 적용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자잉크 패널이 이북리더에 주로 쓰이게 되었다. 한 페이지를 출력하고 나서 다음 페이지로 전환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고 (읽는 시간이 소요되니까), 흑백이어도 웬만한 책들에선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기기 운용을 위해 고성능이 필요하지도 않기에 저가의 AP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즉, 애초에 전자잉크는 이북리더를 위해 개발된 것이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 용도가 이북리더에 최적이 된 것이다.


최초에 나온 이북리더는 별도의 조명이 없어서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패널의 앞부분에 조명을 장착하는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를 '프런트 라이트 (front light)'라고 한다. LCD가 뒷면에서 빛을 비추는 방식인 '백 라이트 (back light)'와 다른 방식인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eInk 패널은 빛을 투과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전자잉크 패널은 또한 해상도도 167~212 ppi 정도로 낮았고, 크기도 한계가 있었다. 대체로는 6인치 패널이었고, 이로 인해 2010년대 초반까지도 이북리더는 대체로 6인치급이었다.


그러다가 2010년경에 들어와 Carta 패널이 등장했는데 이로 인해 300 ppi의 해상도를 갖는 제품들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선 한국 EPUB 연합의 크레마 카르타, 리디북스의 리디 페이퍼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터치패널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조작이 불편했던 것들도 개선되었다. 이로 인해 이북리더 사용자 또한 증가하기 시작했다.


EInk Carta 패널


크기에 있어서도 기존의 6인치에서 벗어나 7.8인치 전자잉크 패널도 대중화되었고, 10~13인치급 기기들도 출시되었다. 다만 7.8인치까지는 300 ppi 카르타 패널이 적용되었지만 10인치 이상급은 아직도 그보다는 낮은 200~212 ppi 해상도의 패널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가격 때문에 그렇다.


13.3인치 eInk패널


또한 흑백뿐만 아니라 컬러 전자잉크 제품들도 등장했다. 이는 흑백으로 된 캡슐 대신 C, M, Y, K로 된 각각의 캡슐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또는 K, W, R, Y 등 주로 붉은색 계열만 표현하는 목적의 패널도 있다) 컬러 표현은 가능하지만 컬러의 해상도가 100~150 ppi 정도로 낮고, 색감이 떨어지며 화면전환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eInk 패널 기술이 발달해온 것처럼 컬러 전자잉크 제품들도 언젠가는 LCD나 LED 만큼은 아니어도 쓸만하다고 느끼는 때가 올 것이다.

EInk 사의 13.3 컬러 eInk 패널


이외에도 EInk 사에서는 플렉시블 전자잉크 패널인 모비우스, 전광판이나 전자칠판용 전자잉크 패널도 판매하고 있으며, 심지어 차량 래핑용 전자잉크까지도 개발해서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니 향후 전자잉크 기술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지켜볼 수 있겠다.


또한 EInk 사 외에도 자체적으로 전자잉크 패널을 제조하거나 혹은 공급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중국회사들이다. 그나마 중국에서 이북리더의 수요가 많고, 특수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내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널을 적용한 제품들(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모니터 등)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관심을 끌고 있다.




전자잉크 패널을 적용한 이북리더가 LCD나 LED를 적용한 모바일기기보다 과연 눈에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이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블루라이트가 없기에 눈에 덜 자극적이어서 시력 보호에 효과적이라고는 하지만 무엇인가를 계속 집중해서 본다는 것 자체가 눈을 혹사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종이책을 읽든 전자책으로 읽든 일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보든 적절한 조명 하에서 적당하게 눈을 쉬게 해 주면서 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북리더로 보는 경우에도 프런트라이트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독서등이나 햇빛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특히 햇빛이 있는 경우에는 더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으므로 야외 독서에 적합하다. 그러니 날씨 좋은 날에 야외에서 이북리더로 책 한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종이책도 좋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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