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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an 09. 2023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톰 소여의 모험>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고 어릴 때 동화나 축약본으로라도 읽어본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더구나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동화라고만 생각했던 작품들을 성인이 되어 읽게 되면 어릴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거나 깨닫게 되기도 한다. 특히 완역본을 읽게 되면 전혀 다른 작품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축약되는 과정에서 사라진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기도 하고, 빠진 장면들이 주는 의미가 되살아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 작품을 어렸을 때 동화로 읽은 적이 있었으나 몇 년 전에 문예출판사와 열린책들 완역본으로 읽어본 적이 있고, 이번에 문학동네 세계문학으로 나온 완역본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번역자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문학동네 버전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이 작품은 용어나 어투에서 주의가 좀 필요한데, 원작 자체가 인종차별이나 비하를 하는 표현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들이 적절하게 표현되어 아이들이 읽기에도 큰 무리는 없었다고 생각된다.


마크 트웨인이 인종차별주의자인가 하는 논란도 있는데 보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의 배경으로 볼 때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오히려 그 반대이기에 고의적으로 그렇게 썼다고 하지만 작품 자체로만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 책의 내용도 '이걸 아이들이 봐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식겁하는 것들이 많았다. 어릴 땐 재밌었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읽으면서도 맘이 편치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내가 이미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저 말썽쟁이들!


원래 이 작품은 아동용이 아니라 성인용이라고 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작품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성인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으니 정확하게는 양쪽 모두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아이들에게 용기와 모험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보다는 이미 아동시절을 지나온 성인들에게 그들의 못 이룬 꿈을 대리만족 시켜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그들이 가졌던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의 앞부분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열돼서 좀 산만한 느낌이었는데 중반부의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부분부터는 그래도 메인 줄거리라고 할만한 것이 생겼다. 더불어 사춘기 소년의 사랑에 눈뜨는 이야기도 덧붙여지고. 한 소년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결말이 썩 맘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마크 트웨인식으로는 그럭저럭의 결말이었다.


톰 소여는 알고 있던 대로 꾀 많고, 과장되지만 그 또래 소년들의 모습을 지닌 아이였다고 생각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중2병은 있으니까. 물론 아이들인 만큼 사고체계가 정교하진 못하고 좌충우돌, 충동적인 면들도 있지만 그마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톰을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의 내면까지 보여주었다. 그래서 각 캐릭터들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인물들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마치 각각의 캐릭터를 작가가 대변하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미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특히 19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언급된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또 동서고금 불문 '아이들은 아이들이다'라는 보편적인 사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겠지. 누구나 지나온 어린 시절이 있으니까.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라는 캐릭터를 애정해서 다른 작품들에서도 출연시켰고, 심지어 탐정으로도 만들고, 아프리카에도 가게 하는 등의 무리수를 두었지만 대부분 다 실패했다. 상업적인 과욕이 부른 참사다. (작가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도)


사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인물 자체는 그렇게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그의 삶을 보면 왜 그랬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그의 위인전을 읽는 것이 아니고 그의 작품들을 읽는 것이기에 작품 그 자체로만 평가를 하는 것이 낫겠다.


이 작품을 어린 시절 동화 정도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완역본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완역본이어도 큰 부담이 없으니.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작품들을 완역본으로 읽어보면 그 작품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p.s. 이 작품의 시리즈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 쪽에 좀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비교가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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