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북리더를 볼 때 물리키와 리모컨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은가'라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논쟁의 필요가 없다. 각각의 쓸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키와 리모컨은 동시에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물리키는 이북리더를 들고 볼 때 유용하고, 리모컨은 거치해서 볼 때 유용하기 때문이다.
기기를 들고 보는 건 주로 6인치 또는 7인치 기기의 경우이고, 7.8인치 기기도 들고 볼 수 있다. 10인치급 이상의 기기에서는 사실상 들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거치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기를 들고 볼 때도 물리키의 키감을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면 터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는 개인적 선호도의 문제다.
사실 초기의 이북리더들은 화면 터치가 안 되었기에 물리키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페이지를 넘기는 용도로는 괜찮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했다.
현재는 화면터치가 일반적이니 물리키가 장착되어 있는 이북리더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제조사입장에서도 물리키는 애매한 기능인데, 추가하자니 기기의 디자인이나 크기에 제약이 생긴다. 그렇다고 물리키를 요구하는 사용자들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어서 가끔씩 물리키가 장착된 모델들을 출시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거치해서 볼 때, 특히나 기기와 사용자 간의 거리가 좀 있다면 화면을 일일이 터치하는 것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이럴 때 리모컨은 상당히 유용하다. 특히 소위 '눕독'이라고 하는, 누워서 책을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경우라면 리모컨이 더 유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는 눕독은 하지 않고 추천하지도 않지만)
요즘 대부분의 이북리더는 블루투스를 지원하기에 블루투스 리모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리모컨은 이북리더 전용으로 나온 것도 있지만 범용 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고, 아주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들도 사용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사용경험 상, 리모컨과 이북리더, 그리고 전자책 뷰어앱 간의 연동문제가 꽤 중요했다. 이들 세 가지의 연동이 잘 돼야 리모컨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좋은 리모컨이라도 이북리더와 안 맞을 수도 있고, 또 특정한 뷰어앱은 리모컨 사용 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건 대체로 앱의 문제일 경우가 많지만, 리모컨과 이북리더가 안 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모컨과 이북리더가 안 맞는 경우는 페어링이 잘 안 되거나, 연결이 자주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저렴한 리모컨의 경우에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혹은 리모컨 중에 키매핑을 해줘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키매핑이 잘 안 되거나 혹은 키매핑을 해도 풀리는 경우가 있기에 자신이 사용하는 이북리더에 맞는 리모컨을 추천받아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
뷰어앱에서 리모컨 사용 시 가장 흔한 문제는 제멋대로 리프레시가 되거나 혹은 책을 읽는 도중에 임의의 페이지로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이는 밀리의 서재앱에서 가장 빈번했는데 늘 그런 것은 아니고 이북리더와 리모컨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그나마 최근에는 좀 나아진 것 같다.
나는 아래와 같이 네 가지의 리모컨을 사용한다. 왼쪽에서부터 릿제로, 크레마 전용 리모컨, 사테치 R2, 오닉스 BT 리모컨이다. 이중 오닉스 리모컨은 두 개를 사용하고 있다.
크레마 전용 리모컨은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 때 같이 구매해서 5년 넘었지만 잘 작동하고 있고, 현재는 크레마 s에서 잘 사용하고 있다. 크레마 기기 전용이라 다른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작고 키감도 좋으며, 1회 충전으로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크레마 기기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에 크레마 기기만 사용한다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된다. 여담으로, 크레마 기기에서는 이 전용 리모컨 이외에도 범용 리모컨의 사용도 가능하다.
릿제로 리모컨은 버전 1의 최초 제품이며, 오닉스 북스 노바 2에 사용하기 위해 구매했었다. 이북리더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리모컨인데 제스처를 사용해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얼마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했다. 연결이 잘 안 되거나 자주 끊기고, 특히 밀리의 서재앱에서 그런 문제가 심각해서 결국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이후의 버전들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닉스 BT 리모컨은 '오닉스 정품 리모컨'이라고도 하는데 오닉스 기기뿐만 아니라 다른 기기들에서도 안정적으로 잘 작동한다. 하지만 리모컨의 기능버튼들은 오닉스 기기에서만 작동하며 (키매핑하면 다른 기능으로 사용 가능할 수는 있다), 크레마 S의 경우에는 오닉스 포크 3 기기를 베이스로 한 거라 기능버튼이 작동은 하지만 약간 다르게 작동한다.
원래는 이 리모컨을 하나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탭 X를 구매하면서 리모컨도 하나를 더 구매해서 동일한 제품을 두 개 사용하게 되었다. 하나는 현재 노바 2용으로 사용 중이다. 이 제품도 직구로만 구매 가능하다.
사테치 R2는 사실 이북리더용으로 적합한 리모컨은 아니다. 하지만 그 디자인과 기능 때문에 이북리더에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아마도 애플기기 사용자들도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사테치는 애플기기에서 사용하는 액세서리들을 주로 제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리모컨은 현재 샘 7.8과 샘 10+에 페어링 해서 교보 전용으로만 사용하고 있고, 가끔 내 갤탭에서도 사용하기는 한다. 마지막에 페어링 된 기기에 자동으로 연결이 된다고 하지만, 기기를 바꿔가며 페어링 하는 것이 좀 불편하다. 페어링이 좀 더 용이하면 좋겠지만, 왜인지 기존에 페어링 되었던 기록을 삭제하고 새로 페어링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이북리더나 뷰어앱의 특성을 좀 많이 타는 편이라 이북리더에서만 사용하는 용도로는 잘 추천하진 않는다. 게다가 가격도 비싼 편이고, 직구로만 구매 가능한 단점도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마우스 기능이다. 태블릿에 연결해서 마우스 모양 같은 버튼을 누르면 리모컨이 움직이는 대로 커서가 움직이며, 아래의 두 버튼으로 오른쪽, 왼쪽 클릭이 가능하다. 아마 프레젠테이션용으로 사용하려는 것 같지만 익숙하지는 않아서 테스트만 해보고 안 쓴다. 그리고 애플에서는 시리호출도 가능하다는데, 아무래도 이 기기는 애플기기용인 것 같다.
그 외에도 이북리더에 블루투스 키보드나 블루투스 마우스를 연결해서 사용 가능하냐는 질문도 있는데 물론 사용가능하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면 타이핑도 가능하고, 방향키를 이용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 나도 그렇게 사용해 본 적은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 마우스를 연결하면 마우스 커서가 나타나고, 클릭하면 페이지가 넘어간다. 다만 eink 패널 특성상 커서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기에 그다지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리모컨은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는 경우에 더 유용한데 특히 만화책의 경우에 더 그렇다. 대화면 이북리더와 거치대, 리모컨의 조합은 만화 보기에 최상의 조합이다. 물론 일반적인 전자책을 볼 때도 좋지만.
그래서 나는 이북리더로 전자책을 본다면 리모컨 사용을 추천하며, 가급적이면 전용 또는 검증된 리모컨의 사용을 권장한다. 너무 저가의 리모컨은 아무래도 사용 시 안정성 문제나 내구성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