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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Mar 13. 2023

킨들이 과연 최선일까?


간혹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올킬된다'라고 하거나 '킨들이 국내에 정발 되면 더 이상 다른 이북리더들은 안 팔릴 것이다'라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얘기들이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마존이 실제로 국내에 진출할 것인가 여부는 둘째 치고요.


킨들에 대한 찬양은 어느 정도는 공감되는 면이 있습니다. 저도 킨들 기기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가성비로는 킨들만 한 기기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킨들이 최선인가?'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킨들이 전 세계 이북리더 점유율 중에 30%를 차지한다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80%에 달한다고 하고요. 그만큼 아마존의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겠지요.


하지만 아마존의 전략은 분명해 보입니다. 킨들 기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전자책 판매로 수익을 보겠다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아마존은 킨들을 판매해서 이득을 보지는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합니다.

아무리 스펙 낮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최적화를 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을 것이고, 제조원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에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킨들이 2007년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오히려 더 비싼 가격이었는데 점차적으로 가격을 낮춰서 지금의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라인업도 단순하고, 세대별로 업그레이드가 소소하게 있다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역으로, 오래된 기기도 현재 사용하기에 별 무리가 없다는 건 이후에도 하드웨어상의 발전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신 성능의 유지를 위해 플랫폼 자체도 폐쇄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겠죠. 최근에서야 epub을 지원하고 약간 개방적이 되기는 했지만 그런 폐쇄적인 생태계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만약 국내에 아마존에 진출해서 킨들을 출시한다면 과연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낮은 가격에 출시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러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미국처럼 전자책 시장이 커서 전자책으로 낸 수익으로 킨들 기기 판매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면 모를까,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로는 어림도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킨들 가격을 올려서 판매한다고 한들 성공할 수 있을까 싶고요.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낸 이익으로 한국에서의 손실을 만회할 이유도 없겠죠. 만약 한국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면 진작에 진출했을 거고요.


아마존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얘기는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일반상품도 실패했지만 전자책도 실패했습니다. 중국도 미국 못지않게 전자책 시장이 크지만 중국의 폐쇄적인 시장구조와 당국의 정책, 그리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히다 보니 결국 못 견딘 것이겠지요. 그러니 비슷한 이유로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고요. (국내는 도정제까지 있다 보니 더 복잡하죠)


결국 아마존이나 킨들이 국내에서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할 거라는 얘기는 단지 미국의 상황이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일 뿐이고, 현실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도 아마존의 국내 진출을 바라는 1인이긴 하지만요.


p.s. 아마존이 이제야 킨들 기기의 다변화를 모색해보려고 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했는지 킨들 스크라이브를 내놓았지만 완성도를 보면 기존 킨들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 걸 보면 킨들의 기기 최적화 기술은 과대평가된 면도 있는 듯해요. 


게다가 킨들 스크라이브의 하드웨어 스펙 자체도 10.2인치에서의 300 dpi를 제외하곤 10인치급 다른 기기들보다 더 떨어지는데 말이죠. 그걸 어떻게 최적화하는가가 관건일 텐데, 그에 따라 새로운 시도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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