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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03. 2023

이북리더의 가격은 왜 비싼가?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보이는 현상이긴 한데 이북리더에서도 양쪽의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가성비를 추구하며 저렴한 제품을 찾는 부류와 가심비를 추구하며 가격보다는 본인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는 부류죠.


이북리더를 추천해 달라는 글에서도 그러한 것들이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이북리더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고가의 모델보다는 상대적으로 저가의, 가성비 제품을 원하죠.


이북리더 사용자 혹은 예비사용자 중에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혹은 기혼자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이북리더의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을 듯해요. 그런 사람들에겐 수 십만 원의 기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이상한 화면을 가진, 오로지 책만 볼 수 있는 안 좋은 성능의 기기일 뿐이니까요.


또한 '비싸다'는 기준도 상대적일 듯해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부담이 되지 않겠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10 만원 대도 비싸게 여겨질 수 있겠죠.


저도 학생 시절에는 전공책 한 권 사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으니 그러한 심정을 이해합니다. 어떻게든 가성비 있는 제품을 저렴하게, 최대한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하고 싶은 마음도요. 그런 분들에게 저도 고가의 기기들을 권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자책을 읽고 싶다면 방법은 굳이 이북리더가 아니어도 되니까요.


이북리더가 비싸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대체제 대비 가성비가 안 좋기 때문이겠죠. 중저가의 태블릿과 비교해도 느리고 안 좋은 성능이니까요. 유일한 장점이 eink 패널인데, 사실 오로지 그것 때문에 이북리더가 선택되고, 살아남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걸 제외하고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이북리더의 용도는 '책을 읽는 것'입니다. 저가의 기기로도 책은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조건이 추가됨에 따라 기기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겠죠.


특정 서점사 말고도 다른 서점사, 구독서비스, 전자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어지고, 더 큰 화면으로 보고 싶고, 컬러로 보고 싶고, 필기도 가능했으면 좋겠고, 속도가 좀 더 빠르면 좋겠다는 그런 조건들이 추가될수록 그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기기는 줄어들고, 가격 역시 올라갈 수밖에 없고요. 그러므로 그러한 조건과 가격의 적정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타협점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엔 또 다른 기기를 생각하게 되고요.


다른 기기들과 달리 이북리더는 다소 특수한 상황입니다. 일단 eink 패널을 EINK사가 독점하고 있고, 그로 인해 패널의 가격이 기기 가격의 상당분을 차지합니다. 다른 회사들이 그 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울 정도로 고착되어 있고요. 아래에서 EINK사의 패널 가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패널의 가격이 기기 가격의 40~60%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북리더 제조사도 제한적이라 선택의 폭이 넓진 않습니다. 그나마 오닉스나 킨들은 자국의 내수시장이 받쳐주니까 계속 제품들을 출시할 수 있었고, 국내외 다른 인터넷 서점사들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기기를 (비록 OEM으로 제조된 것이라 해도) 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 되어 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 수요-공급의 원리가 적용되지 못하고, 제조사가 가격을 정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사의 수익을 소수의 구매자가 보장해줘야 하는 상황이고, 그 구매력이 차후의 제품 개발과 출시를 위한 원동력이 됩니다. 그마저도 없어진다면 이북리더 시장은 궤멸될 수도 있겠죠.


요약하자면, 이북리더의 가격에 대해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상대적일 수 있지만, 이북리더의 가격 자체가 대체재(?)에 비해 비싼 것도 사실이고, 이러한 것은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은 없을 듯합니다. 오히려 더 고착되겠죠.


이북리더를 태블릿과 비교하며 비싸다고만 하는 분들에겐 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러한 가격이나 제조사의 입장을 납득하거나 옹호할 의도는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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