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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03. 2023

킨들이 과연 최고일까?

낮은 하드웨어 스펙으로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비결

많은 분들께서 이북리더는 킨들이 최고라고 말씀하십니다. 국내에서 출시된 기기들, 혹은 중국산 (오닉스나 보위에) 범용기들은 킨들의 성능을 못 따라간다고 말이죠.


킨들에 대해 좋게 얘기하는 주된 근거는 빠릿빠릿함, 배터리 효율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킨들이 킨들일 때의 애기입니다. 그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너프되어 버리니까요.


우선 킨들의 스펙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에 처음 출시된 1세대부터 최근의 11세대까지, 세대별로 대표적인 모델을 임의로 골라보았습니다. 같은 세대 전후로는 AP나 램의 스펙이 거의 유사하기에 모델명에 상관없이 보시면 될 듯합니다. (다만 저장용량이나 배터리용량, 화면 해상도나 크기에서는 차이가 납니다)


참고한 출처는 여기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Amazon_Kindle



킨들은 1세대를 제외하고는 전통적으로 프리스케일칩셋을 사용해 왔습니다. 프리스케일칩셋은 저전력으로 유명하고 특히 발열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산업용(자동차 등)으로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2015년에 NXP로 인수되었지만 그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고요.


2010년대 이북리더 중에서는 프리스케일칩셋을 사용한 제품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주로 네트로닉스의 제품들이 그랬죠.


하지만 위에서 보시다시피 AP는 약간씩 세대가 올라가긴 했지만 사실상은 큰 차이는 없습니다. 10세대까지 사용했던 i.MX6 싱글코어 제품은 무려 6년간이나 킨들 제품에 사용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크레마 카르타에 적용되었던 AP예요. 최근에 나온 최고 스펙의 제품도 i.MX7 듀얼코어입니다. (특이하게도 11세대부터는 Mediatek AP로 바뀐 것 같아요)


참고로 크레마 카르타의 스펙을 보겠습니다. 이와 거의 같은 스펙의 제품이 2018년에 나온 10세대 페화입니다.


만약 크레마 카르타를 지금도 현역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어느 정도 성능이 될지 감이 잡힐 듯합니다. 크레마 카르타 G도 램이 1 GB로 늘어난 것 이외에는 거의 같은 스펙이니 이것도 참고하시면 될 것 같네요.


사실 킨들이 그러한 빠릿빠릿함과 배터리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킨들 OS와 최적화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건 불필요한 것들은 다 제거했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킨들 OS는 리눅스 커널에 자바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안드로이드도 리눅스 커널 기반이긴 하죠. 하지만 킨들 OS는 불필요한 것들을 다 제거하고 필요한 라이브러리와 API를 최소화해서 킨들의 구동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오라클에서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아마존 측에 혜택을 많이 주거나 지원을 많이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적은 폰트 종류로도 그다지 문제는 없습니다. 2바이트 문자를 사용해야 하는 국가들에서는 그런 폰트 문제가 생기지만요.


그래서 오래된 기기들도 쾌적하게 사용이 가능합니다. 달리 말하면 이는 하드웨어적으로 성능의 개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반면 안드로이드는 기기에 맞게 최적화를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너무 많기에 전력소모도 크고 너무 무거워집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기기들은 고성능의 AP, 램용량 상향, 배터리용량 상향 등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극단적일 수 있겠지만 이런 예를 들어볼 수 있겠네요. 킨들은 경차 엔진을 달고 있지만 차체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고 1인승만 가능한 자동차로 아마존이라는 전용도로를 달리는 상황인 것이고, 안드로이드 범용기는 준중형차 엔진을 달고 있지만 차체가 무겁고 여러 명이 탄 데다 짐까지 잔뜩 싣고 오프로드를 달리는 상황이라고요. 그러니 속도에서는 차이가 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킨들로 범용기가 나올 가능성 자체는 아예 없다고 보시면 될 것이고, 킨들을 탈옥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크레마 카르타 정도의 성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저는 경험이 없습니다만 간혹 킨들을 탈옥해서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해서 사용하거나 듀얼부팅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보이지가 그런 경우가 많았죠) 무척 느렸다고 합니다. 이건 보이지의 화면을 다른 앱에서도 활용하고 싶었던 과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용 킨들앱이나 PC용 뷰어를 보면 아마존이 킨들 이외의 지원은 정말 구색 맞추기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고요.


또한 킨들이 국내에 진출하면 이북리더를 올킬할 것이라는 얘기도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하드웨어를 저렴하게 만들어서 팔아도 손실이 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전자책 판매 이익으로 메꿔야 하기 때문이죠.


https://brunch.co.kr/@khcheong/378


저도 킨들 기기들을 좋아하고 모델별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킨들이 최고라거나 킨들에 대해 만족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만스러운 점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킨들을 사용하는 것은 책을 본다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독서 환경을 위한 유용한 기능들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킨들 사용자분들 중에, 특히 국내에서 킨들을 사용하는 분들 중에 열독가분들이 많으시죠. (저는 원서를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요)


다만, 제가 얘기하고자 싶은 것은 킨들의 그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킨들을 외치는 것을 지양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킨들은 단지 아마존 전용기 킨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p.s. 제가 개발자도 아니고 아키텍처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틀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거나 추가로 코멘트를 해 주신다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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