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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22. 2023

에드워드 윌슨 <통섭> #5

6장 마음


5장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까지 읽고 많은 분들께서 이 책의 방향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셨고, '통섭'이라는 용어가 에드워드 윌슨의 원래 의도를 왜곡하여 마치 모든 학문, 지식, 분야의 통합이라는 다소 '공격적'이고 마케팅적인 뉘앙스가 되어 버렸다는 얘기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완독을 향해 나아갈 것이고, 마지막에 다시 한번 더 이 책에 대한 총평을 하게 될 듯해요.


왜 6장에서 마음을 다루어야 했는지는 4장의 자연과학에서 우리의 내적세계와 외적세계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괴리를 자연과학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에서 보듯이, 내적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겠죠. 이는 철학, 즉 형이상학이나 관념론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과학, 특히 생물학이 습격하여 그러한 것들을 몰아낼 필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지식의 통일성 - 미로의 실재 - 에 대한 믿음은 궁극적으로 모든 정신 과정이 물리적 기초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이 자연과학에 잘 부합한다는 가설에 근거해 있다. 마음(mind)은 우리가 알고 있으며 알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창조된 장소이다. 이런 기본적이면서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심오한 사실 때문에 마음은 통섭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인간이 어떻게 마음(정신)을 얻게 되었는지를 진화의 관점에서 살펴보지만, 사실 이것은 어떠한 목표가 있어서 이렇게 진화한 것이 아니라 진화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저도 약간 결과론적인 사람이라서 이 말에 수긍하는데요, 사람들은 어떤 결과를 목표로 두고 그 과정을, 확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결과가 그렇게 된 것일 따름입니다. 그러면 그것도 진화에 있어서의 '진보'냐고 할 수 있겠는데, 어쨌거나 기존보다 나아졌으니 진보라고 볼 수 있다는 거죠.


마음에 대해 르네 데카르트는 '마음/뇌 이원론'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마음이 뇌의 작용이라는 것에 동의하며, 이는 생물학과 심리학의 접점에 와 있습니다. 또한 인지신경과학을 위시한 뇌과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아무튼 이런 연구들을 통해 진짜로 중요한 물음이 처음으로 대답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되었다. 즉 마음을 구성하는 세포적 사건들은 무엇인가?


만약 마음을 구성하는 것이 뇌,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세포들의 작용이라면 무엇이 그것을 '구성'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창조'가 아니라 '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뒤에서 다시 정리되지만, 마음이란 어느 단일한 구조, 기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작용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은 뇌에 손상이 있었던 사례를 통해 뇌의 기능지도를 그려보는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뇌수술 시 대뇌피질에 전기자극을 주는 시험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의학영상을 이용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1990년대 중반까지의 연구들만 소개가 되어 있네요. 당시엔 PET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정도가 첨단이었을 수 있지만, 현재는 fMRI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해서 뇌기능지도가 좀 더 세분화되었으며, 뇌의 신경다발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도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문제가 있는지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뇌에 대해 약간 해부학적, 생물학적인 설명이 이어집니다. 배운 분들도 계시겠지만 상식으로 알아두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한 복잡한,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뇌과학자들은 마음에 연관된 요소들 - 뉴런, 신경 전달 물질, 호르몬 - 의 근본 속성들은 이미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뉴런 회로의 창발적·전일적 속성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 회로가 지각과 지식을 창조하도록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하지만 그렇게 생물학적으로 각각의 요소들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어떻게 마음을 구성하는가는 아직도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즉, 환원주의로 파고 들어가도 결국엔 그 재조립 과정이 완전치 못한 거죠.


마음은 의식 경험과 잠재의식 경험의 흐름이다. 마음의 뿌리에는 감각 인상의 암호화된 표상과 기억 그리고 감각 인상의 상상이 있다. 마음을 구성하는 정보는 방향과 크기를 지시하는 벡터 암호를 통해서 저장되거나 쉽게 검출된다.


여기에서는 마음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좀 더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서인데요, 우리의 뇌는 일종의 가상 시나리오를 생성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생각과 행동을 위한 대안들을 구축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나리오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시나리오의 흐름은 단일한 것이 아니며 뇌 활동 중에 다수가 흐르고 있는데 이러한 시나리오의 집합체가 바로 마음이라는 것이죠. 음... 뭔가 새로운 주장이네요. 이해가 되실까요?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의 집합체, 흐름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뇌세포들일 필요하지만 뇌용량의 한계가 있어서 효율성을 위해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구분이 생겼다고 합니다. 생겼다기보다는 과학자들이 구분한 것이겠죠. 또한 우리가 외부로부터 받는 감각 자극을 통해 반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의식의 시나리오들이 자극에 의해서 추동되고 이전의 시나리오들에 관한 기억의 도움으로 떠다니는 동안 그것들은 감정에 의해서 강화되고 수정된다. 감정이란 무엇인가? 신경 활동의 수정을 통해 정신 활동을 집중시키고 거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은 정보의 특정 흐름들을 선택하는 생리 활동을 통해서 창조되는데 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상위 혹은 하위 활동 수준으로 전이되고 시나리오들을 창조하는 회로들은 교란되며 결국 특정한 방식으로 끝나는 회로들이 선택된다.
(...)
감정의 자극과 안내가 없다면 합리적 사고는 느려지고 붕괴된다. 합리적 마음은 비이성적 마음의 위에 떠다니지 않는다. 그것은 순수 이성이 아니다.


의식의 시나리오들은 감정에 의해 강화되고 수정되는군요. 그러면서 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요, 감정도 위와 같이 정의를 내렸습니다. 이 역시 논의의 편의를 위한 조작적 정의에 해당될 듯합니다. 어쨌든 감정이 없다면 우리의 사고가 붕괴될 것이라고 하니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겠네요.


마음과 몸의 호혜성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 속에서 시각화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R. Damasio)의 설명에서 발췌한 것이다. (...) 휘몰아치는 감각의 중심에서 의식은 자기가 선택한 물리적 행동을 통해서 감정을 만족시킨다. 시나리오 - 미래를 추측하고 행동 과정을 선택하는 수단 - 를 만들어 내고 분류하는 마음의 특화 영역이 바로 의식이다. 의식은 원격 통제소라기보다는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모든 신경·호르몬 회로들로 배선된 체계의 부분이다. 의식은 역동적 안정 상태를 얻기 위해 행동하고 반응한다. 의식은 상황 변화에 민감한 방식으로 몸을 요동시킨다. 이는 기회에 대한 반응이며 몸의 복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도전과 기회가 충족되면 의식은 몸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돕는다. (...) 반면 이차 감정들은 개인적인 삶의 사건들에서 유발된다. 옛 친구를 만나거나 사랑에 빠지거나 진급을 하거나 모욕감에 시달리는 것 등은 일차 감정의 변연 회로들을 발화시키기는 하지만 대뇌 피질에서 이뤄지는 최상의 통합 과정들이 개입된 후에라야 비로소 변연 회로들을 건드린다.


뇌가 마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위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분류하는 마음의 특화 영역이 '의식'이며, 이는 우리를 행동하게 만듭니다. 이것을 일차적인 감정이라고 한다면 이차적인 감정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촉발된 감정입니다.


우리가 의미(meaning)라고 부르는 것은 심상(imagery)을 확장하고 감정을 개입시키며 확산되는 흥분을 통해서 창조된 신경망들 간의 연관이다. 그렇다면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은 시나리오들 간의 경쟁적 선택을 지칭할 것이다. 승리한 시나리오는 그에 따른 감정의 종류와 강도를 결정한다. 감정의 일정 형태와 강도가 바로 기분(mood)이다. 창조성(creativity)은 새로운 시나리오들을 생산하고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고르는 뇌의 능력이며 현실성과 생존 가치를 결여한 시나리오들을 계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망상(insanity)이다.


의미, 의사결정, 기분, 창조성, 망상에 대해서도 위와 같이 정의했는데요, 사실 이번장에서는 이렇게 저자의 주관처럼 여겨지는 설명이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레퍼런스나 컨센서스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논의(라기보다는 설명)를 이어 갔던 것은 마음의 과정도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이는 물리적, 화학적인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적인 과정이 과연 타인에게는 어떻게 전달이 될 수 있으며, 집단에서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답이 '예술'이라고 합니다. '과학은 느낌을 설명하는 반면 예술은 그것을 전달한다'라고 하면서요.


예술은 비슷하게 인지한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 의존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예술이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의사소통되고 있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사람들이 예술 앞에서 정말로 동일하게 느낄 수 있는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정보는 공통적으로 공유된 느낌이 예술을 통해 환기되고 경험될 때 발생하는 감각과 뇌 체계의 역동적 패턴들을 연구하는 과학으로부터 올 것이다.


마음에서 이어진 이야기가 예술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더 확장하여 문화까지 논의됩니다. 언어도 그에 포함이 되죠.


그러나 저자는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것들을 다 알 수 있다면 개인의 '자유 의지'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혼자 질문하고 답하고를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자유 의지란 가장 우세한 시나리오의 선택이라고 하고, 그것을 하는 주체가 '자아'라고 하는데요, 그럼 또 자아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기죠. 여기에서 자아는 시나리오의 극 주인공이라는군요. 즉, 우리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면, 그 시나리오로 공연할 주인공이 필요하고 그것이 자아이자 나 자신이 됩니다.


그렇게 자유 의지를 발현할 수 있지만 사실 시나리오에 따른 공연이더라도 자아는 자신을 완벽하게 조종하지는 못합니다. 그러한 과정 중에는 끊임없이 자극이 들어오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위한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그러한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지만요.


과학의 도움으로 모든 숨겨진 절차들을 다 알게 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특정한 개인의 마음이 예측 가능하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결정되어 있으며 자유 의지가 없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그런 결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다음과 같이 특별한 의미에서만 그렇다. 사고의 뇌 활성 패턴을 모든 뉴런, 분자 그리고 이온 수준에서 100만 분의 1초의 범위 안에서 정확히 알고 있고, 그다음 100만 분의 1초 후에 어떤 상태가 올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말이다. (...) 따라서 인간 사고에 대한 단순한 결정론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의 사고 과정은 명확한 인과 관계를 통해 몸과 분자의 운동을 기술하는 물리 법칙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이렇게 개인의 마음을 완전히 파악하고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의 자아는 계속해서 자기 자신이 자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마음에 대해서 다 알게 되었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단지, 그렇다고 설명만 가능할 따름이니까요.


더 나아가 마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데, 또 등장한 르네 데카르트 (이분은 아마 이 책에서 계속 공격을 받을 듯합니다. ㅋ), 그리고 '튜링 테스트'로 유명한 앨런 튜링이 나옵니다. 이어 AI (인공지능)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역시나 책이 써질 당시는 그러한 발달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못했겠지만, 현재의 발전 상황을 보면 아마 놀라셨겠죠.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의 개정판을 내셨더라면 이 부분을 더 강조하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인공 지능, 인공 마음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 세계에서 별다른 일들을 일으키진 못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서 '기능적 장애물과 진화적 장애물이라고 부를 만한 두 가지 난관이 우리 앞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기능적 장애물은 인간의 마음으로 들어가거나 마음을 통해 나오는 정보 입력의 엄청난 복잡성을 말한다. (...) 기계 속에 마음을 복제해 넣기 위해서는 뇌과학과 인공 지능 기술을 완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뮬레이션의 선구자들은 전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계산, 예컨대 인공 감정(AE)도 발명하고 설치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휴머노이드 마음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두 번째 장애물은 인류의 고유한 유전적 역사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진화론적 난관이다. 보편적인 인간 본성 - 인류의 심리적 통일성 - 은 잊힌 과거 환경에서 수백만 년 동안의 진화 역사를 통해 생겨난 산물이다. 따라서 인간 본성의 유전적 설계도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는다면 시뮬레이션된 마음이 능력 면에서는 대단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인간의 마음과는 매우 동떨어진 것이 될 수도 있다.
(...)
인공 마음이 인간이 되려면 각 개인의 고유함도 흉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일생 동안 겪는 수많은 경험들 — 미묘한 감정들과 버무려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그리고 운동 감각들 — 로 채워진 기억 은행이 마련되어야 한다. 게다가 인공 마음은 사회적일 때 인간이 될 수 있다.


결국 위와 같은 이유로 인공 마음은 인간의 마음을 흉내 내는 수준에서 그칠 뿐, 인간의 마음이 될 수는 없다는 거죠. 즉, 마음은 인간의 고유한 것이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마음에 대해서 탐구해 보는 여정은 인공 마음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가 되었네요.


특별히 어려운 내용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정신, 마음을 물리적 실체가 있는 해부학적 구조로 환원시키고, 이를 생물학을 이용해서 설명하고자 한 시도였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복잡함은 당연한 것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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