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많이 읽는다. 독서광이라고 내세울 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책이 좋아서 읽고,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 그것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 꼭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나는 종종 '책을 많이 읽는데 생각하는 게 왜 그래?'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본전도 못 찾는 것 같은 심정이다.
변명이지만, 사실은 오히려 생각이 너무 복잡해서 그렇다. 어느 주제에 대해 다양한 내용과 주장들을 접하게 되고 그 가운데서 나의 판단과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으면 성공하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는가?' 이런 질문을 접하면 나는 과학자로서의 본능이 작용하여 이 질문을 분석하게 된다.
책을 : 어떤 책을 의미하는가?
많이 :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는가?
읽으면 : 어떤 방법으로 읽어야 하는가?
성공하거나 :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가 : 훌륭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인가?
하지만 이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이 질문의 의미를 이미 일반적인 범주에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보자.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예/아니오로 답할 수 없다. 독서와 성공의 상관관계는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형적이지 않을 것이며, 설사 약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치더라도 정성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독서가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독서광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독서가 성공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독서가 성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생각해 본다.
* 지식 확장: 책을 통해 정보,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관점, 가치관, 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창의적 사고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메타지식이 강조되는 만큼 그러한 지식의 연결과 그로부터 인사이트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 커뮤니케이션 능력 강화: 책을 통해 자신의 표현 방식을 다듬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특히, 논리성과 설득력 향상에도 좋으며, 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읽었던 책의 내용을 인용하거나 혹은 비유를 들 수도 있고, 대화의 주제가 되거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 집중력 향상: 꾸준한 독서 습관은 집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실히 독서는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지만 독서도 중간중간 다른 것들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것들에 비해 좀 더 그러한 유혹을 이겨낼 수 있다. 이러한 집중력은 공부나 업무에 도움이 된다.
* 정서적 안정: 책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야기, 경험이 담겨 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준다.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감정의 순화 및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으며 어떠한 결정을 할 때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
* 동기 부여: 어느 분야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동기가 부여될 수 있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거나 혹은 비슷한 분야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실패 사례들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다.
*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 다양한 주제와 관점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한 한 분야의 지식으로부터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급적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만으로 성공한다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알고 있는 지식을 실제 생활과 업무에 적용하는 능력, 그리고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위한 노력이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물론 독서 외에도 다양한 경험과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고난 성향인 것 같다. 아무래도 좀 더 진취적이고 의욕적이며 무언가를 해보려는 사람이 그러한 성공의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독서가 그러한 성격까지 바꾸어주지는 못하니까.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p.s. 그러나 나처럼 오히려 본전도 못 찾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평소에 책 많이 읽는다고 자랑하고 다니지는 말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의 지식과 능력은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