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과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24. 2023

다중지능, MBTI 그리고 독서취향

예전에 다중지능 검사를 인터넷으로 재미삼아 해 본 적이 있다. 정확성이나 신뢰성은 그리 중요한 건 아니라고 여겼고, 주관적인 응답이긴 했지만 내 성향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검사 결과 1순위 논리수학지능, 2순위 언어지능, 3순위 공간지능, 4순위 자기 성찰지능... 사실 4순위 이후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1순위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이 있고 (내 직업이 저 직업군에 포함되어 있다), 2순위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관련이 있다. 


내 다중지능 검사 결과




이러한 양상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했던 직업적성검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었다. 당시에 문과/이과 구분을 위해서 학교에서 그러한 검사를 일괄적으로 시행했었는데 검사 결과 나는 문과와 이과 반반이었다. 직업 추천에서는 오히려 문과 쪽으로 좀 더 적성에 맞는 것처럼 보였다. (상경계열도 문과 중에서는 이과 쪽에 가깝지만)


어렸을 때부터 과학과 실험, 만들기를 좋아했던 터라 당연히 이과로 갈 생각이었고 별다른 고민 없이 이과로 진로를 택했다. 그리고 그 뒤로도 내 진로는 계속 이공계였다. 공학, 물리학, 통계학, 의과학을 아우르는 분야를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도 그렇다.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했기에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도 PC통신의 문학동호회, 문예동호회 활동을 했었고, 대학생 때도 단과대신문사 기자와 더불어 문학동호회 활동을 여전히 이어갔었다. 교내 문예전에서 단편소설로 수상을 한 적도 있었고, 신문기자를 목표로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꿈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단지,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 계속 품고 살았다.




MBTI 검사에 과몰입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자신을 잘 안다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내 MBTI는 INTP다. 대학생 때는 INTJ이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어떤 테스트를 해봐도 대부분 INTP로 나온다. P와 J의 갭이 크긴 하지만 사실은 그 중간 정도랄까. 그래도 P에 더 가깝다는 생각은 든다. 계획성보다는 충동성이 점점 더 커져서 그럴 듯. 하긴, 난 원래 충동성이 더 강한 편이긴 했지만, 업무나 해야 할 일에 있어선 계획성이 더 높은 편이니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N, T의 성향은 위의 다중지능검사 결과와도 일치하는 듯하다. 나는 누가 봐도 논리를 강조하는 사람이지만, 또 딱히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역시 그러한 논리가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논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고난 기본 성향이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비논리적이거나 그러한 것들을 접하게 될 경우에 느끼는 답답함은 어쩔 수가 없다.




DALL-E3으로 생성한 이미지


나의 이러한 성향들로 인해 내 안에서는 늘 두 가지가 함께 했다. 과학적 사고와 글쓰기, 논리와 상상력. 이러한 것들은 내 독서취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독서를 하면서 나는 가리는 분야 없이 웬만한 분야들을 다 아우르면서 읽는다. 하지만 크게 나누어보자면 문학과 인문/과학 쪽이랄까? 이것도 나의 성향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사실과 논리, 지식에 기반을 둔 인문/과학 분야의 책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고, 기존의 지식들을 연결하는 계기가 된다. 마치 미로 찾기의 지도 일부분과 같다. 반면 창작의 산물인 문학작품들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있기에 계속 읽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분야는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상보적이라고 느껴진다. 과학적인 내용이 그냥 덩어리라면, 문학작품은 그 덩어리 사이사이를 흐르는 혹은 메워주는 액체 또는 윤활유와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은 고체의 속성, 문학은 액체의 속성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각 분야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내 안에 잠재된 그러한 것들이 깨어나 각각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적절히 발현되면 좋지만, 때로 엉뚱한 다중지능이 발현되면 난감해질 수도 있겠다. 


이 외에의 분야들은 책에 따라 다르지만 자기 계발서나 심리학 서적의 경우에는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수준이 낮거나 논리력, 설득력이 떨어지는 책들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납득이 돼야 수긍이 될 텐데 그렇지 못했다. 그런 것들도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내가 그러한 책들에 만족을 하지 못했다면 책을 고르는 내 안목이 부족한 탓이라고 해야겠다. 또한 유사과학도 마찬가지로 거부감이 든다.




분야를 불문하고 만족스러운 책은 논리적이거나 쉽게 쓰인 것들이다. 특히 그 분야의 대가들이 쓴 책들은 그런 면에서 뛰어난 것들이 많다. 과학이나 철학 쪽에도 전문적인 작가들의 좋은 책들이 많다. 그러한 책들은 되는대로 읽어보려고 하지만 시간의 한계가 아쉽다.


문학에 있어서는 기발한 상상력이나 어이없는 설정, 황당한 것들도 좋아한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오는 그런 것들도 즐길 수 있기에. 아예 대놓고 그렇다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일만하다. 


반면 과학과 문학이 융합된 SF는 오히려 반감을 일으키거나 낯간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SF에 대해 폄하하려는 의도도 아니고 이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마치 옛날의 SF 실사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그런 민망함이랄까? 


SF를 읽으면 여전히 <외계에서 온 우뢰매>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SF 작품 중에서도 고전이나 최신작들까지 보면 정말 좋은 작품들도 많고, 작가들의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그런 부분들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니면 그러한 민망함 가운데서도 너무 진지해서 더 실소가 날 수도 있고.


그래서 SF라는 장르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이에 대한 얘기는 기회 될 때 다시 해보기로 한다.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는 내겐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계속 논문의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논문을 읽어야 하고, 써야 하고, 때론 심사도 해야 하는 그런 압박감들. 그러한 글쓰기는 사실 창작의 영역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길을 가는 한 벗어던질 수 없는 족쇄 같은 거이니까. (그건 내가 훌륭한 연구자가 못돼서 그렇기도 하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논리와 글쓰기는 계속 함께 하게 될 것 같다. 어떤 종류의 독서가 됐든, 어떤 종류의 글쓰기가 됐든.


이런 말을 하려고 다중지능과 MBTI까지 끌어올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러한 것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고 싶었다. MBTI나 다중지능 검사도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도구일 뿐이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을 얼마나 잘 알게 되는가일 테니까.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모두 다르고 또 그래야 한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니까. 하지만 그 속에 있는 나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마치 인체의 골격처럼 말이다. 그러한 기반 아래 나는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 오늘도 책을 꺼내 들고, 글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인 마운트 <Bibliophil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