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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20. 2023

전문가 시대의 종말?

AI 시대를 맞이하는 어느 분야 전문가의 우려

DALL-E3로 생성한 이미지


7개월가량 ChatGPT를 유료로 사용해 왔다. ChatGPT를 처음 접했을 때는 그냥 단순 호기심거리였는데 곧이어 이를 활용한 사례들을 접하고 나니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잘 활용해 보고자 유료로 사용했던 것이다.


한 달에 3만 원 가까운 비용을 내면서 이를 유료로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업무에서나 일상에서도 꽤 쏠쏠하게 사용했다. 좀 더 잘 활용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지금은 ChatGPT 이외도 여러 LLM AI와 AI 프로그램들이 나와 있다. 예상했던 대로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도 점점 더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AI가 가져올 변화로써 나는 '전문가 시대의 종말'을 떠올렸다. 이전에도 물론 우리 사회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아직 3차 산업혁명도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는데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심지어 5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4차 산업혁명이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더라도.


사실 오래전부터 전문가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인터넷 검색 조금만 하면, 혹은 누가 동영상으로 올려놓은 것 조금만 보면 전문가처럼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많이 아는 것보다 아는 척을 잘하는 것이 더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좀 더 얘기를 하다 보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게 되지만.


그런데 전문가란 무엇일까? 누구를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나도 내 분야에서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 가서 전문가로 내세우기는 부끄럽다. 내가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의 한계를 알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더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전문가라면 자신이 전문가라고 내세울 수 없을 듯하다. 잘해야 본전인 걸 알기에.


그동안 내가 배워온 지식들, 방법론, 문제 해결 능력 등등이 과연 앞으로도 유용할까, 계속 가치가 있는 것들일까라는 두려움이 든다. '지식의 반감기'라고 해서 지식의 효용성은 계속 줄어든다는 얘기도 있다. 더군다나 '나는 무언가를 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AI가 보편화되면 누구나 이것을 이용해서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과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듯하다. 포장된 가짜에게 오히려 진짜 전문가가 밀려나게 될 수도 있겠다.

 

설마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별해내지 못할까, 사실과 거짓을 구분해내지 못할까 싶지만 그게 더 정교해진다면 과연 그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모두가 진짜처럼 보인다면 진짜와 가짜의 구별이 의미가 있어질까?


그러다 보니 전문가로서 설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당장의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러한 변화의 속도 역시 가속되는 것 같다.


DALL-E3로 생성한 이미지


또한 AI가 우리의 많은 부분들을 대신할 것이라고 한다. 어느 통계에서 보니 AI는 대부분의 사람의 일 중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으며, 단순한 업무의 경우에는 대부분을 대신할 수도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한 일들 중에는 전문가의 영역도 포함될 것이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이미 영상의학 판독과 병리학 판독에서 AI가 의사를 능가하고 있어서 우려를 보이고 있다. 단지 책임소재 때문에 AI 판독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표준 프로토콜을 따르는 대부분의 의학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AI 시대에 의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법조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판결의 당위성과 형평성 문제는 계속 나오고 있는데, 법해석이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지만 판사나 법률전문가들의 개인적인 판단이 개입되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과연 AI는 그런 것들을 배제하고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그 밖에도 배워서, 공부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AI가 잘 해낼 수 있고, 창의적인 영역마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로 학습이 가능한 영역이라면 다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전문가의 영역이든 일반적인 업무 영역이든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자 어떤 입장이 될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듯하다.


비록 혹자는 본인의 의지로,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변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거센 변화의 흐름을 자신의 쪽으로 돌리기에는 개인의 힘은 너무 미약하다.


p.s. 일반 업무분야에서도 AI의 이용이 더 많아질 것이다. 가령 어떤 주제를 주고 제안서라든가 PPT를 만들라고 하면 AI가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그렇게 만들어낸 자료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낫다면 어떨까? 그런데 현재의 상황이 이미 그렇다. 아직은 불완전하고 어설퍼보이지만 먼 미래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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