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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19. 2023

아빠의 과학이야기 vs. 역사이야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건 어려워

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내에게 '나중에 OO이 공부 중에 수학, 과학, 역사(국사/세계사)는 내가 맡을게!'라고 큰소리쳐놨지만 막상 초등학교 들어가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공부'와 아내가 생각하는 공부가 괴리가 있다 보니 더 그랬다. 


엄마들이 대체로 그렇듯, 내 아내도 아이의 학교 공부, 학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반면, 나는 '공부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넓게 익히고, 그 이유를 생각해 가며 사고의 힘을 키우자는 쪽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한 나더러 너무 이상적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내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다.


결국 아이 학습은 대부분 아내가 봐주고, 나는 국어와 영어, 독서, 글쓰기 위주와 역사와 과학 등 곁다리 지식을 알려주는 선에서 타협된 상태다. 수학도 개념 위주로 좀 알려주었지만 대체로는 아내가 알려주게 되었고, 현재는 교습소에 다니고 있다. (여담이지만, 아이의 공부를 봐줄 때 감정 컨트롤이 어렵기에 웬만하면 제삼자 혹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낫다는 걸 느낀다)


국어는 교과문제집을 봐주고, 독서는 한글책과 영어책을 읽고 같이 토론하고 요약한 후 독후감을 작성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전에도 적은 바 있다.



또한 아이에게 종종 역사 이야기와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는데 (아내도 관심 있어해서 대부분 같이 듣는다) 칠판에 적어가면서 하기도 하고, 관련된 내용을 찾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사는 흐름을 한 번 훑었고, 그때그때 역사적 사건 위주로 다시 얘기를 해주는 편이다. 예를 들어 어느 유적지를 간다든가, TV나 어디에서 관련된 무엇을 보았다든가 혹은 어떤 특별한 날일 경우. 과학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뭔가에 관심을 보이면 관련된 얘기들을 해준다. 


문제는 내가 아이 눈높이에 잘 맞추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가 그동안 내/외부에서 해봤던 강의는 대부분 전문적인 분야라 별 어려움이 없었는데 아이에게는 그렇게 안 되기 때문이다. 알려주고 싶은 건 많은데 초등학생의 수준에 맞추려니 한계가 있다. 대부분은 아직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듣는 이가 흐름이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단편적으로만 알려주는 것이 내 선에선 무리다.


가령, "왜 쇠는 자석에 붙고 플라스틱은 안 붙어요?" 같은 질문의 경우에도 그에 대한 답을 하려면 원자와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답하면 안 되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을 해줘야 하는 어려움... 나름 쉽게 얘기해 준다고 해도 여전히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어느 날 아이가 칠판을 가져오더니 아빠의 과학이야기와 역사 이야기 중에 어느 것이 더 재밌는지 평가를 해보자고 했다. 그 결과는 아래 사진과 같다.


대표

위에 있는 건 아이가 평가한 것, 아래는 아내가 평가한 것이다. 역사이야기가 훨씬 더 재밌었나 보다. 아마 옛날얘기 듣는 것 같아서 그랬을까?


내가 역사나 과학분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관련 분야의 교양서적들도 계속 읽는 건 아이에게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다. 아무래도 그런 책들은 좀 더 쉽게 되어 있고, 가끔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니까.


내 아이는 나를 많이 닮아서 아직은 문과 쪽인지 이과 쪽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양쪽 다 좋아했듯이 아이도 그렇게 균형이 잡혔으면 하지만, 그래도 과학이나 공학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싶다. 


아이는 글쓰기를 더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단다. 아직 어리니까. 그러면서 나중에는 좀 더 현실적인 꿈을 갖게 되겠지. 


그나저나 아이에게 이러한 얘기를 해주고 알려주는 건 언제까지 가능할까? 내 밑천이 드러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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