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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걷.쓰'가 뭐야?

인천시교육청의 정책 프로젝트

by 칼란드리아

올해 5월부터인가, 인천시 곳곳에서는 '읽.걷.쓰'라는 홍보물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에 설치된 광고용 모니터에서도 매일 광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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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외의 거주자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명칭은 인천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캠페인이자 정책 프로젝트이다. 이는 '읽기, 걷기, 쓰기'의 약칭인데 약칭으로 부르기에는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인천시교육청에서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인천을 인문도시이자 작가들의 도시로 만들려는 목표를 세웠다.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쓰고, 무언가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되는 것.


그러면서 아이슬란드를 예로 들었다. 인구 300만 명의 이 작은 나라에는 작가가 30만 명이라고 하는데 인구 열 명 중 한 명이 작가인 셈이다. 인천시 인구가 아이슬란드 인구와 비슷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같다. 그래서 인천에서도 인구의 1/10을 작가로 키워보겠다는 야심이지만 애초 무리한 목표가 아닐까 싶다.




인천시교육청 자체적으로도 시민 참여형 행사를 여러 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 인근에서도 아래와 같이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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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관내 초중고 학교 및 공공도서관들을 통해 여러 가지 캠페인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마 그러한 기관별로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행사는 진행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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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도 이와 관련한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몇 가지 미션을 주고 그러한 미션을 하면 상품을 주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이 캠페인의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까지, 읽고 걷고 쓰는 행위 자체가 이젠 특별한 것이 되어 버렸다. 학교에서는 수업이나 공부에 대한 것 이외에 나머지 것들은 사치가 되어 버린 듯하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 도서관 등에서는 이 캠페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애초 인천시교육청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갑자기 추진하였고, 실무적인 일들을 학교와 도서관 등에 떠맡겼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의 실행 계획부터 실행, 결과 보고까지 다 교사들과 사서들의 일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 캠페인의 시작이 올해 중반부터다 보니 관련된 예산도 사전에 배정되지 못한 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이 프로젝트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독서 관련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의 연장선 혹은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무리한 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처럼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조차도 정작 이 프로젝트의 목표나 방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회의적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실질적인 효과가 있기보다는 보여주기식이고 홍보만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올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현 교육감 체제에서는 지속이 될 것 같지만 아무쪼록 유명무실한 프로젝트가 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정말 이 캠페인지 추구하는 대로, 읽고 걷고 쓰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자연스럽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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