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최근의 일도, 국내만의 일도 아니지만 여전히 인문학 입문서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인문학 입문 분야가 여전히 상업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문학 교양을 습득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책들은 그러한 인문학 입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만 있을까?
인문학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간단히 말하면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인데 여기에는 많은 분야들이 포함된다. 사실상 거의 모든 학문이 아닐까? 저기에서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이라고 했지만 고대에는 과학마저 철학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같은 법주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술도 마찬가지로.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각 분야별로 적절한 책을 찾아서 읽기도 어렵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다 간략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는 입문서들이 많이 나오고, 또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강의 등도 많다.
방대한 내용을 저자의 입맛에 맞게, 또 시장성을 위해서 짜깁기하다 보니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가 편의점 간편식처럼 만들어진 것 같다.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 보다 깊이 다루는 것은 그나마 낫다. 대부분은 깊이가 있기보다는 살짝씩 건드리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아예 인문학이라는 분야를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들기도 하고. (이것은 요리인가 쓰레기인가)
그러다 보니 속성으로만 알게 되고, 두서없고 단편적인 지식의 나열, 혹은 저자의 주관적 생각이 너무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것이 마치 전부인양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 주제에 대해서도 대립된 주장들도 많아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특히나 저자가 편향된 생각을 갖고 의도적으로 쓴 책이라면 더 위험하다.
그러한 인문학 입문서 몇 권을 읽고 아는 체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다. 거기서 얻은 얕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포장한다. 그 책을 들먹이며 '어디서 봤는데'라고 하면서 레퍼런스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베스트셀러일수록 더 그런 경향이 있기도 하다. 또한 바이럴 마케팅 등을 통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게으름, 그리고 그것을 노린 시장. 너나 할 것 없이 이름 좀 알려지면 쓰는 인문학 입문 서적. 특히 인문학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쓰는 책들. 그렇게 왜곡된 인문학 분야는 모두에게 위험하다.
차라리 특정 분야를 보다 깊이 다룬 책 몇 권을 읽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그게 더 남는 게 있을 듯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