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990년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1990년대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으려면 최소한 1980년대 초중반생이어야 할 텐데 그 이전의 세대들이라고 하더라도 1990년대에 대한 기억은 개인마다 각기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슷한 인식이 있는 듯하다. 1990년대는 단순히 1980년대와 2000년대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분명 1990년대는 그 이전과, 그 이후와도 달랐으며,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가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한 분기점이었다. 이는 단순히 국내만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고, 전 세계적 상황과 맞물린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경제적으로도 호황기였고, 대중문화도 같이 발전했다. 정치적으로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갈등과 혼란이 많았고 모순은 더 심화되었다. 사건과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는 1997년 말, IMF 구제금융에 손을 내밀면서 한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세기말의 분위기와 밀레니엄 버그까지 더해져 마지막까지도 혼란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급격한 성장과 몰락을 단기간에 경험하면서 국민들의 자존감 역시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렸고,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1990년대에 대해서는 다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듯하다. 1990년대를 다룬 대표적인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7>이나 <응답하라 1994>도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도 흥행하였다. 특히 <응답하라 1994>는 바로 내 세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매회 공감하면서 봤었다.
나는 1975년생이다. 이제 나이 50을 앞둔 중년의 나이. 1994년에 대학교에 입학한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30여 년 전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것들을 그대로 두기가 아까워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브런치북을 만들고, 그 이름을 '나의 1990년대에게'라고 했다.
1990년대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 단지 그 시기를 추억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나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을 보냈던 그 시기가 내게는 가장 중요했었고 또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혼란과 고민의 시기였고, 여러 힘든 과정들도 지나왔다. 지금에서야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뭐가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뭐가 그렇게 고민이 많았을까. 그때는 이후 나의 삶이 어떻게 될 줄 예상했을까?
이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나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시기를 보냈던 많은 이들과 추억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의 1990년대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1991년~1993년 : 고등학생 시절
1994년~1995년 : 대학생 시절
1996년 3월 ~1998년 5월 : 해병대 시절
1999년 ~ 2000년 : 복학생 시절
각각은 명확한 구분선이 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따라 나의 생각과 삶도 많이 달랐다. 하지만 이 브런치북에서는 그러한 시기 구분을 좀 더 세분화해서 연도별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 위주기 때문에 과연 얼마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브런치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자제하고 개인정보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는데 불가피하게 나타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그러한 정보로 내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게 되더라도, 어떠한 평가를 하더라도 누군가가 이 글을 읽은 대가이니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
과거의 나를 미화하거나 과장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왜곡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밝혀둔다. 그리고 혹시라도 과거의 내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그럼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