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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pr 15. 2024

신진상 <의대 생기부 필독서 50>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페이스북에서 평소 팔로우하는 분이 이 책을 언급했기에 (이 책에 소개된 50 권의 책 중에 한 권의 저자이기도 하다)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이지만 마침 구독서비스에도 이미 올라와 있었다.


저자는 주로 의대 입시 컨설턴트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논술 지도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서울대 의대를 비롯해서 거진 천여 명의 학생들을 의대에 진학시켰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대 입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라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를 보며 예전의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났다.


나도 대입 준비를 한 지 30 년이 넘었고, 내 아이도 아직 초등학생이라 현재의 대입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따름이다. 물론 내가 대학 갈 때보다도 훨씬 더 복잡해졌고 준비할 것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저런 컨설턴트의 역할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문, 사회, 기초의학, 의사, 의학의 미래 등 다섯 분야로 나눠서 총 50 권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책도 있고, 사두긴 했지만 아직 안 읽은 책도 있으며, 이 책을 읽다가 관심이 생겨서 읽어본 책도 있다. 추가로 구매했거나 구독서비스에 있어서 다운로드한 것들도 있다.


나는 애초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의대 입시나 고교 생기부 관리를 위해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저자가 왜 이런 책들을 추천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추천의 일관성이 없어 보였다. 또한 과연 이러한 책들이 저자가 말하는 대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들도 있는데 그러한 것들은 현재의 의사들도 잘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얘기하기를 꺼리는 것도 있고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무엇보다 저자가 그 책들을 제대로 읽기나 한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저자가 각각의 책들에 대해 소개한 글들을 보면 편협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여기서 추천하지 않은 책들 (너무 유명해서, 흔해져서라는 이유 혹은 자신의 독서 편력에 따라)에 대해서는 그다지 근거 없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화자찬이 너무 심해서 거부감도 들었다. 더구나 각 도서의 내용을 창체나 세특에 어떻게 녹이는가에 대해 조언하는 건 이 책의 핵심이라고 광고하지만, 내겐 유치함마저 들 정도였다. 실제로 그렇게 억지스럽게 한들, 입시 관계자들이 그걸 모를까?


내가 이렇게까지 비판적인 평을 하는 것은 이 책이 여타 자기 계발서들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도움이 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몇몇 책은 읽어볼 만할 것 같고, 또 단지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양 목적으로 혹은 재미 삼아 읽어볼 만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고개를 가로젓겠다.


솔직히 그가 컨설팅해서 의대에 간 학생들이 과연 그가 가이드한 대로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어쨌거나 그가 유명하다 보니 그에게 컨설팅 의뢰하는 학생들 수가 많을 것이고 (의대를 생각하는 학생들이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은 될 것이고) 그중에서 상당수가 의대에 진학하게 된 것이리라. 즉, 어차피 그 풀 내에서의 경쟁이라는 점. 복권으로 돈 버는 건 당첨자가 아니라 복권사업자인 것이나 마찬가지랄까.




의대 교수들도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제대로 된 선발 기준을 가지고 선발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의대 교수들이 그다지 인문학적 소양이 있거나 학생들이 제출하는 자료들을 꼼꼼히 다 살펴보고 검토하거나 혹은 그에 대한 심층 면점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다만,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뭔가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고 튀는 내용으로 입학사정관들이나 면접관의 눈에 드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여기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그런 목적으로 선정된듯한 인상이다. 


또한 그렇게 해서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어떨까? 의대에 진학한 학생들 내에서도 여러 부류가 있겠고 수준의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의대교수들 사이에서는 학생들 수준이(학력 수준이나 인성이나) 예전만 못하다는 자조적인 얘기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학생들은 예전보다 공부나 특별활동을 더 많이 하느라 고생했다고 생각할 것이며, 이전에 입시를 치른 세대들이 편하게 의대에 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은 세대 차이일 수도 있고, 시대가 많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거나 점차 더 '만들어진' 대학생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만약, 여기에 소개된 책들(또는 인문학, 교양서적들)을 다 읽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을 평소에도 잘 발휘하며 지내온 학생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부실한 상품과 같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의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대학의 모든 전공에 대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나마 대학과정 내에서 그러한 학생들이 걸러지거나 혹은 성장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랄까.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혹시나 그 50 권이 어떤 책들인지 궁금해할 사람들도 있을 듯해서 목차에 있는 내용을 기재해 본다. 


① 인문 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책으로 증명하라

BOOK 1 《죽음의 수용소에서》 정신과 의사가 최고의 심리학자인 이유

BOOK 2 《죽음의 중지》 죽음이 사라지면 의사도 사라질까?

BOOK 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아팠다》 질병을 넘어서 환자를 바라보는 마음

BOOK 4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의학의 어머니는 과학, 아버지는 인문학

BOOK 5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의사가 언어의 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

BOOK 6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에 대한 생각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BOOK 7 《논어》 삶과 자아실현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

BOOK 8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정신 질환 딸을 둔 의사 엄마의 고백

BOOK 9 《눈물 한 방울》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를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BOOK 10 《매슬로의 동기이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욕구 5단계


② 사회 편: 어떤 사회를 꿈꾸는지 책으로 말하라

BOOK 11 《히포크라시》 현대 의학은 과연 히포크라스에게 떳떳할까?

BOOK 12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 의료 공공성과 민영화는 절대 공존할 수 없을까?

BOOK 13 《아픔이 길이 되려면》 왜 의사가 되려면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까?

BOOK 14 《연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 주는 진짜 현실 이야기

BOOK 15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BOOK 16 《각자도사 사회》 각자도생 하지만 죽음만큼은 허용될 수 없다

BOOK 17 《공정 이후의 세계》 추첨으로 의대에 가는 것은 공정한가?

BOOK 18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민간 의료의 천국 미국에서도 불가능한 것들

BOOK 19 《불편한 편의점》 꿈과 불편 사이에 의사의 역할이 있다

BOOK 20 《파이어》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와 경제적 자유 사이에서


③ 기초 의과학 편: 의대에 맞는 과학책은 따로 있다

BOOK 21 《수학의 쓸모》 의학에서 갈수록 수학이 중요해지는 이유

BOOK 22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 철학과 생물학이 이렇게 가까운 학문이었다니!

BOOK 23 《기초부터 탄탄하게, 처음 듣는 의대 강의》 의대에 가면 무엇을 배우게 될까?

BOOK 24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 암을 정복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

BOOK 25 《브레인 케미스트리》 모든 생명 현상은 결국 분자 수준의 화학 이야기

BOOK 26 《임상추론의 ABC : 환자를 볼까, 검사를 볼까?》 의사에겐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BOOK 27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의학 논문에 대한 기초 상식 쌓기

BOOK 28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BOOK 29 《코드 브레이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만들고 있는 미래

BOOK 30 《mRNA 혁명, 세계를 구한 백신》 전염병과 백신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는다


④ 의사라는 직업 편: 의사라는 직업을 책으로 먼저 체험하라

BOOK 31 《숨결이 바람 될 때》 의사는 내 몸이 죽어도 다른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다

BOOK 32 《사명과 영혼의 경계》 원수를 만난 한 의사의 선택

BOOK 33 《닥터스 씽킹》 의사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해야 하는가?

BOOK 34 《청년의사 장기려》 김일성이나 이승만이나 똑같은 환자일 뿐이다

BOOK 35 《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환자들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 생생한 기록

BOOK 36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의사는 치료가 아니라 치유에 목적을 둬야 한다

BOOK 37 《어떻게 일할 것인가》 미국 최고 명의가 말하는 좋은 의사의 자격

BOOK 38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사람을 만나 들을 줄 아는 능력

BOOK 39 《환자 혁명》 의사 혼자서 질병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

BOOK 40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 의사는 뜨거운 인간이어야 한다


⑤ 의학의 미래 편: 뇌과학과 의공학, 데이터에 관심을 가져라

BOOK 41 《의료 인공지능》 왜 많은 의대 교수들이 AI에 관심을 가지는가?

BOOK 42 《딥메디슨》 청진기가 사라진 자리에 컴퓨터가 놓여 있다

BOOK 43 《당신이 생각조차 못 해 본 30년 후 의학 이야기》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의학의 미래

BOOK 44 《우울할 땐 뇌과학》 최신 뇌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BOOK 45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미래, 뇌와 AI의 결합 IoB》 BCI 기술이 발전하면 의학은 어떻게 달라질까?

BOOK 46 《디지털 전환 시대 리더가 꼭 알아야 할 의료데이터》 의료 데이터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

BOOK 47 《양자의학, 새로운 의학의 탄생》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한다

BOOK 48 《재미있는 재생의학》 여전히 재생의학의 미래는 밝다

BOOK 49 《비만의 종말》 끝나지 않는 건강 키워드, 비만을 말하다

BOOK 50 《노화의 종말》 어떻게 노화를 막고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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