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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pr 24. 2024

그동안 출시된 크레마 이북리더들


지금까지 출시된 크레마 기기들의 모델명을 정리해 보았다. 제품명에 크레마(CREMA)가 들어간 건 크레마 터치부터지만 모델명에 CREMA가 들어간 건 크레마 샤인부터다. 크레마 터치는 이름은 크레마였지만 모델명은 별개였는데, 중간에 넥스트파피루스가 페이지원테크로 바뀌면서 전파인증 및 모델명의 변경이 있었다.


크레마 샤인에서부터 모델명에 CREMA가 들어간 이유는 여러 가지 정책상의 변경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입사 및 담당하는 업체도 바뀌었고, 한국이퍼브연합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게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이하게도 크레마 샤인의 경우에는 네트로닉스에서 직접 전파인증을 받았다.


크레마 카르타 때부터는 이노웨이브글로벌에서 수입 및 AS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이노웨이브글로벌은 이노스페이스원과 같은 회사다. 이노웨이브에서 네트로닉스 및 오닉스 기기들을 베이스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크레마 시리즈로 계속 공급했었다. 


크레마 모티프는 샘 시리즈를 담당했던 드림어스 (아이리버와 같은 회사다)에서 담당하게 되었다. 크레마 시리즈 중 처음으로 보위에 기기를 베이스로 했지만 이는 원가 절감 차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위에 기기를 베이스로 하지 않을 거라는 비공식적인 얘기도 있다. 


전작인 크레마 S는 오닉스 POKE3를 베이스로 한 기기였으며 준수한 성능으로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 그대로 계속 판매해도 좋을 제품이었다. 하지만 단종이 된 이유는 오닉스 측의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거나 단가가 상승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기기의 가격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예스24는 새로운 기기 출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하다. 아마도 판매가를 20만 원 대 초반으로 맞추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전의 기기들보다는 가격이 좀 오른 편이다. 특히 화이트 모델이 블랙 모델에 비해 금액이 오른 것에 대해 사용자들이 납득하지 못했다.




정리된 것을 보면 몇 가지 궁금증이 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미스터리인 것은, 620이 없다는 점이다. 과연 620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파인증 내역도 없고 아무리 뒤져봐도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무언가 추진하다가 취소하고 크레마 카르타로 급선회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모델명 뒤에 붙는 알파벳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도 궁금하다. L, C, P, T, S 등이 있는데 뭔가 의미가 있는 거겠지?


참고로, 모델명이 06으로 시작하는 건 6인치, 07은 7인치급 (정확하게는 6.8인치), 08은 8인치급 (정확하게는 7.8인치 정도), 10은 10인치급 (정확하게는 10.3인치) 기기들이다.


또한 eink 기반의 기기가 아닌 일반 태블릿 기반의 기기도 있는데 크레마 1과 탭이 이에 해당한다. 이것도 Amazon Fire를 벤치마킹한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참담하게 실패했다. 




각 기기의 이름은 그렇게 지은 이유가 있는데 아래와 같이 추측해 보았다. 그런데 가장 최신작인 Motif는 그 명명의 이유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Motif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문학이나 예술 작품 등에서의 주제, 디자인, 작가의 내부 충동 등을 의미한다. 이로부터 추측되는 명명의 이유는 '기존 크레마의 전통을 계승했다'거나 '책 읽는 환경에 집중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지은 것일 수도 있겠다.


예스24에서는 크레마 모티프 출시 이후 TV 광고나 PPL도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지만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아 아쉽다. 하긴, 나도 크레마 모티프는 구입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이북리더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 더 높아진 것 같기는 하다.




2008~2010년경은 국내에서 제작된 이북리더들이 여럿 있었다. 2007년에 아마존 킨들이 나오면서 이에 자극받은 서점사들이 그와 같은 제품들을 내놓으려고 한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기기들은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국내 전자책 시장이 그렇게 성숙하지 못했고, 소수의 마니아들의 영역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2년에 한국이퍼브연합이 출범했다. 국내 주요 서점사들과 출판사, 신문사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회사인데, 크레마 기기는 그러한 사업의 일환이었다. 교보문고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했다.


한국이퍼브연합의 목표 중에는 DRM의 통일도 있었다. 각 서점사마다 다른 DRM을 통일하려던 목표는 결국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무산되었는데 아마 앞으로도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퍼브연합은 국내 전자책산업의 부흥을 위해 야심 차게 만들어졌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게다가 2013~2014년은 국내 이북리더시장의 침체기였다고 생각된다. 국내에서 더 이상 새로운 기기가 출시되지 않았고, 전자책 시장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성장했다. 여기에 한국이퍼브연합의 내부적인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퍼브연합에서는 전환을 모색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나온 기기가 크레마 카르타였다. 이 기기는 300 dpi의 카르타 패널을 장착해서 기존보다 훨씬 선명하고 편하게 전자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가 부흥기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결국 2020년 2월에 연합은 해산되었고, 예스24와 알라딘만 그나마 크레마 연합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것마저도 2023년에는 예스24가 '크레마'라는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알라딘도 크레마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의 자사의 여러 서비스 명칭마저 크레마로 변경하기도 했다.  


사실 이북리더는 수익을 내려고 하는 사업은 아니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파는 제품인데 국내에서는 기기를 자체 생산하지 않고 외국산 제품을 수입해서 커스터마이징 해서 판매하는 지라 원가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는데 전자책 시장 자체도 크지 않기 때문에 전자책 판매 수익으로 그것을 보상할 수도 없는 지라 기기 가격은 거의 하한선에 맞춰진다 사용자들의 기대만큼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북리더 사용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일반 태블릿 대비 너무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고 한계다. 나중에 리디 얘기에서 다시 하겠지만 국내는 더 이상 이북리더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예스24나 교보문고, 리디 (여기는 앞으로 미정) 등에서 꾸준히 이북리더를 출시하는 것 자체에 감지덕지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용기 (다른 앱을 설치할 수 있기에 사실상 범용기로 볼 수도 있지만)에 대한 수요보다는 오닉스 기기를 비롯한 범용기들이 더 인기를 끌고 있고 가격 경쟁력 때문에 직구로 중국 내수제품들을 더 선호하니 더 어려운 여건이 될 것 같다. 그러니 새로운 크레마 기기 출시를 바라면서도 혹시나 더 이상 나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있다. 사용자로서는 늘 새로운 기기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자본주의의 논리는 냉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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