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전자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Apr 24. 2024

리디 전용 이북리더들과 리디의 미래


리디에서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이북리더 출시가 있었는데 보통 2년 주기로 출시를 한 셈이었다. 하지만 매번 계획보다는 좀 더 늦게 나왔고 출시할 때마다 논란이 있기도 했었다.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대하도록 하는 마케팅을 하지만 출시가 늦어지다 보니 불만이 많아졌고, 마케팅하는 방식도 일반 사용자들을 그다지 고려하는 듯한 모습이 없었다. 특히 리디페이퍼4 출시 초기에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한 홍보 전략도 역효과가 났었다. 그래도 충성고객이 많은 편이라 그러한 점들도 감수하면서 리디 전용기들을 구매했고 이용해 왔다. 나도 그중에 한 명이다.


기존의 출시 주기를 따른다면 올해쯤에 새로운 기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얘기해보기도 한다.




다른 서점사와 다르게 리디는 전용기만 출시하고 있다. 물론 루팅 등을 통해서 범용기로 변환은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사용 측면에서는 리디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리디가 지금까지 꾸준히 이북리더를 출시해 온 것은 사용자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리디로서는 여러모로 부담감과 압박이 심할 듯하다. 


몇 개 되지 않는 제품들인데도 리디 이북리더들을 보면 제품명과 모델명이 혼란스럽다. 1세대 모델의 제품명은 '리디북스페이퍼'인데 3세대 모델의 제품명은 '리디페이퍼' 다. 공식적으로는 3세대 모델에 3이라는 숫자도 붙지 않고, 모델명도 RBP1, RP1으로 둘 다 1이 붙는다. 왜 이렇게 했는지 납득은 안 가지만, 리페사에서는 갑자기 4라는 숫자가 붙고, RP-400이라는 모델명으로 바뀐다. 아무래도 사명을 변경하면서 이북리더의 제품명도 변경하려고 한 것 같다. 


이렇듯 혼란스럽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약칭으로만 부르고, 약칭으로 불러도 어떤 기기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초보자분들은 그 약칭이 어떤 모델에 대응하는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기에 표에 약칭도 같이 기재했다. 아래에서도 약칭으로 기재하겠다.


2015년에 처음 출시된 리페/리페라는 보위에 T63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한국이퍼브연합의 크레마 카르타와 경쟁구도를 이루게 됐다. 


그러다가 리페프와 리페삼을 출시하게 되었는데 이 기기들은 대만의 네트로닉스에서 제조했다. 베이스 기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리디측 얘기로는 리디에서 UI 및 제품의 디자인, 설계를 한 후 네트로닉스에서 제조만 한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ODM에 가까울 것 같다.


마지막 출시작인 리페사에서는 하젠이라는 업체로 바뀌었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업체다. 이 회사는 본사가 한국에 있는 중소기업이지만 생산공장은 중국에 있다. 삼성전자에서 파생된 회사로 OEM/ODM 전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기존에 이북리더를 설계하거나 생산해 본 적은 없다. 그에 비해 제품 디자인이나 퀄리티는 괜찮은 편이어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리디에서 하젠에 하청을 주어 제작한 방식이라 제품 비용도 올라간 것 같다.


문제는 높은 가격과 소프트웨어적 안정성이었는데 불량이 많이 보고 되었고, 이로 인해 사용자들의 인식이 안 좋아졌다. 사실 이는 2023년 4월에 대국민이벤트를 하면서 재고 처리하듯 기기와 전자책 결합상품을 대폭 할인하여 판매하면서 사용자가 폭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용자가 많아지다 보니 확률적으로 그러한 불량이나 불만이 많아졌을 텐데  가뜩이나 인식이 안 좋았던 리디는 더 타격을 받게 된 듯싶다.




다시 앞에서 했던 얘기로 돌아가본다. 리디는 앞으로도 계속 전용기를 출시할 수 있을까? 


리디측에서도 더 이상 ODM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다. 아니, 새로운 기기 자체를 계획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리디의 수익모델이 전자책 판매보다는 웹소설이나 웹툰 쪽으로 전향된 것을 보면 이북리더 쪽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듯하다. 물론 리디측의 계획은 어떨는지는 모른다. 


리디가 대형 서점사들 틈바구니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리디 홈페이지나 뷰어앱, 전용기의 편의성, 안정성 때문이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충성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도 옛말이 된 것 같다. 리디앱이나 전용기도 불안정하다는 평이 많고, 무엇보다 전자책 가격의 메리트 때문에 다른 서점사로 옮기는 사용자들도 많아지는 듯하다. 사실 리디는 세트 할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서점사들에 비해 쿠폰 제공 등이 별로 없기는 하다.


리디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지표나 재무상황이 좋지는 않은 듯하다. 초기에 전자책 판매 위주의 사업에서 구독서비스,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스트리밍(라프텔 인수)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했으나 라프텔로 인한 손실이 너무 컸다. 게다가 전자책 쪽에서도 손실을 보고 있고, 그나마 웹툰과 웹소설 쪽에서만 영업이익이 나고 있다. 이는 비단 리디만 그런 것은 아닌데 서점사들이 자체 웹툰과 웹소설 쪽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자책을 등한시하게 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다는 증거는 없지만 예전에 비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새로운 이북리더 출시는 부담만 될 뿐일 것이다. 특히나 리페라의 실패로 인해 재고털이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반복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기기와 전자책을 결합상품으로 '대국민이벤트'를 한 적이 있지만 리페라 만큼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리디가 당장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익이 나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확보해 놓은 자본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계속 주식상장(IPO)을 준비해 왔지만 쉽지 않았는데 리디로서도 IPO를 위해 어떻게든 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내실을 기하는 것일지 모르고, 전자책이나 이북리더 관련은 아닐 것 같다.


어찌 됐건 나도 리디가 잘 되기를 바란다. 국내에 리디 같은 업체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전자책 대신 다른 쪽만 신경 쓰는 것이 아쉽지만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니 지켜볼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그동안 출시된 크레마 이북리더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