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크레마 기기와 리디 전용기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교보문고에서 출시했던 이북리더들도 정리해 본다. 나도 교보 초기 제품들 (SNE 시리즈부터 초기 샘까지)에 대해서는 실물을 보거나 사용 경험이 없기 때문에 찾아본 자료들을 위주로 이야기하겠다.
교보문고 역시 꽤 오래전부터 이북리더를 출시했었다. 최초로 출시한 제품은 삼성전자에서 만든 SNE-50/60을 각각 교보문고용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판매했던 SNE-50K/60K다. 이 제품들 및 스토리처럼 뒤에 K 모델이 붙은 것은 교보용 모델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교보문고는 삼성이나 아이리버의 모델을 그대로 가져다가 전용모델로 출시했는데 스토리 K의 경우에는 4만 대 정도가 판매되는 등 시장 반응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고 한다. 이후 출시된 샘은 스토리 K HD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OS다. 스토리 K/K HD의 경우에는 리눅스 기반 OS였지만 샘부터는 안드로이드로 바뀌었으며, 열린서재로 다른 서점의 앱 설치도 가능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미라솔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중국산 태블릿 기반 이리더도 출시하였는데 이는 컬러 LCD 이긴 하지만 백라이트가 없어 눈피로도가 적고 전력 소모도 적은 장점이 있다. 또한 당시에 터치스크린이 안 되어 물리키가 있는 기기들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이리더는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샘은 교보의 전자책 단말기이름이기도 하지만 전자책 구독서비스의 이름이기도 하다. 교보는 2013년에 최초로 전자책 구독서비스인 샘을 론칭했고 이에 맞추어 이북리더도 같은 이름으로 출시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쯤에는 이미 경쟁사들의 모델들이 더 인기를 얻었고, 샘은 재고로 남게 되어 한동안 계속 재고처리를 해야 했다.
교보에서는 이후 7년간 새로운 이북리더를 출시하지 않아 이제 더 이상 이북리더를 출시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다가 2020년, 교보문고 40주년 기념으로 갑자기 샘 7.8+/7.8이 출시되었다. 이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데 전혀 기대가 없다가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듯했다. 흔하지 않은 7.8인치 기기인 데다가 가격이나 패키지 구성도 괜찮아서 교보가 이미지 쇄신을 하는 듯했다.
그 뒤로도 보위에 기기를 베이스로 샘 10+, 샘 7.8+/7.8 2세대 등을 꾸준히 출시하였다. 샘 7.8+/7.8 2세대에서 특이한 점은 그동안 교보 이북리더를 제조하거나 혹은 보위에 기기를 수입/커스터마이징/AS 하던 아이리버 대신 (아이리버는 드림어스의 자회사이므로 사실상 같은 회사다) 인투원이라는 업체로 바뀐 것이다. 이는 드림어스가 크레마 모티프 때문에 예스24와 협력하게 되자 교보 측에서 다른 업체로 변경한 것 같다.
인투원이라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신뢰가 갈만한 곳인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AS도 아마 거기서 담당하는 것 같다. 아직은 AS 후기가 알려진 것이 없기에 그런 사례들이 알려지면 대략 판단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샘 기기가 계속 보위에 베이스 기기로 나오다 보니 그에 대한 불만도 좀 있는 편이다. 대체로는 샘 10+로 인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샘 10+는 원래 모델인 P10 Pro 직구 가격 보다도 더 저렴하게 출시되었기에 가성비로는 최고지만 기대가 컸다면 실망했을 수도 있을 듯하다.
샘 10+의 낮은 해상도는 원래부터 알려진 스펙이었으니 그에 대한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샘 10+에서는 사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크랙이 발생하는 등 내구성이 문제 되었다. 반면 샘 7.8+/7.8 1세대에서는 낮은 성능과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는 락칩의 문제인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샘 10+의 배터리는 오래가는 편이라 사용하는 락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락칩도 계속 개선이 있었기에 이후의 락칩 사용 기기에서는 배터리 소모 이슈는 좀 줄어든 편인 듯하다. 그래도 샘 7.8+ 역시 만족스러운 기기였다. 무엇보다 화면의 품질이 괜찮은 편이라 가독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샘 7.8+/7.8 2세대는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사실상 1세대에서 큰 변화가 없이 약간씩만 업그레이드된 셈이라 얼마나 차이가 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체감적으로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동안 샘 기기 출시 및 서비스를 담당했던 드림어스가 예스24와 손을 잡아서 교보가 과연 새로운 기기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일단 우려를 해소시켜 준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적극적으로 기기를 출시하다가 한동안 잠잠했던 과거의 행적을 반복할지, 아니면 지금의 추세로 주기적으로 계속 기기를 출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