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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un 13. 2024

글 쓰는 이의 마음가짐이란

새로운 마음가짐과 작은 실천들

DALL-E로 생성한 이미지


작은 시작이다. 그러나 거창하게 시작하여 용두사미가 되느니 티 안 나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늘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거나 준비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학문적인 접근을 시작으로, 체계적으로 배워보고자 한다.


예전에 습작을 많이 했었지만 그것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간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면) 중에는 지금 봐도 '내게 이런 감성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는 불안정했던 시기의 발로였다.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하고자 한다. 그것은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준비 작업에 가깝다. 마치 일하기 전에 책상 위를 정리하듯이.




그래서 아래와 같이 몇 가지를 준비하기로 했다.


1. 문법과 어문규범에 맞는 글을 쓴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말과 글의 문법과 어문규범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다. 문법과 어문규범이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글 쓰는 이로서의 기본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 한국어 문법 수업도 듣고 꾸준히 공부를 하겠지만, 이것은 평소에도, 그리고 평생 해야 할 공부가 될 것 같다.


2. 악필을 교정한다.

이젠 대부분의 글을 컴퓨터로 작성하기 때문에 자필을 쓸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으로 글을 쓸 때는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내 글씨는 굉장히 작은 데다 악필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내가 써놓고도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때도 많다. 남이 볼 때는 더 그렇겠지. 그래서 악필을 교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글씨 교본을 몇 권 주문하기는 했는데 잘 될까? 그래도 시도도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지만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3.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읽는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은 많다. 유명한 작가들이 쓴 책들도 많다. 그런 책들을 읽으려는 이유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글쓰기 기법을 배우려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썼을까,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후대 작가들에게 혹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러한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길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4. 문학 작품들을 꾸준히 읽는다.

국내외 고전을 꾸준히 읽으려고 한다. 특히 문학사적 의의가 있는 작품들은 한 번 이상은 읽어볼 만하다. 사실 고전도 너무 많고, 필독서라고 하는 작품들도 많지만 나도 안 읽어본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완역본으로는 엄두를 못 내는 작품들도 많았다. 하지만 고전이 왜 고전인지, 그 작품이 왜 유명하고 인정을 받는지는 직접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읽어봐야 그 작품에 대한 나의 관점이 생기고,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비단 고전뿐만 아니라 현대 문학 작품들도 동일하다. 그러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문학 작품들 (소설뿐만 아니라 시와 희곡까지)을 꾸준히 접하면서 글을 읽고 쓰는 안목도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5. 비평이론과 평론집들도 많이 읽어 본다.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비평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비평이론과 평론집들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비평이론을 다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고, 아니면 수업 시간에 참고문헌으로 나왔던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비평분야의 필독서라고 할 만한 것들을 읽어봐야겠다. 비평은 여전히 어려운 분야지만 글 쓰는 이로서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6. 필사를 한다.

그동안은 필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체로는 발췌해서 따로 정리하는 정도였는데 그러다 보니 기억에 잘 남지 않았다. 필사를 안 하는 이유는 '귀찮아서'가 가장 크겠지만, 위에서 얘기했던 대로 내 글씨가 작고 악필이다 보니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힘든 점도 있다. 급한 성격은 아니지만,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사는 좀 다를 것이다. 필사를 통해 문장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고 글과 좀 더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건 손글씨 교정과도 연관 지어서 가급적 또박또박 써보도록 해야겠다.


7. 꾸준히 글을 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다.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이 되었든, 아니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과 같은 가벼운 글이나 에세이든 간에 글을 쓰는 것은 중요하고 또 진지해야 한다. 물론 매번 그렇게 진지하기만 할 수는 없겠지만 글이 소모적으로만 날아가버리면 안 될 듯하다. 그러니 꾸준히 글을 쓰되, 어떠한 글을 쓰더라도 마음가짐은 늘 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만년필 한 자루를 샀다. 올해 초에 교보 북모닝 이벤트로 받은 파카 만년필이 있긴 했지만 손을 안 대고 있었는데 좀 더 쓰기 편해 보이는 라미 사파리 만년필을 다시 구입한 것이다. 만년필은 쓰기 불편하기에 과연 잘 활용할까 싶지만 나의 새로운 마음가짐과 더불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사실 오래전에도 만년필을 쓴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그러고 보니 그때도 한창 글을 쓸 때였다. 밤늦게까지 무언가를 써내려 가기도 했었다. (물론 그때도 대부분의 글은 PC로 작성했었지만)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만년필을 안 쓰게 됐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년필을 손에 들게 된 것이다. 위에서 얘기했던 손글씨 교정이나 필사도 만년필로 해볼 예정이다.


별 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내 마음이 표현이라고 해 두자. 그리고 계속 주문을 외듯이 속으로 말해보자.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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