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보다는 감상이 필요해
이번 학기에 수강했던 <시창작기초>의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대체 과제에 대해서 교수님께서 벌써 이렇게 코멘트를 해 주셨다.
이건 중간고사 대체 과제 코멘트
그리고 이건 기말고사 대체 과제 코멘트
교수님께서 좋은 얘기를 해 주시려고 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시를 너무 이해하고 분석하려고만 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이 과목은 시 창작을 위한 기초 과목이라 시를 잘 이해하고, 잘 쓰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시를 쓰는 방법 자체를 알려주거나 시 창작을 해 보는 과목은 아니었다.
과제도 각각 여러 시인의 시집 중에서 선택해서 감상문을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중간고사 때는 김경미 시인의 <밤의 입국심사>를, 기말고사 때는 이영광 시인의 <직선 위에서 떨다>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했다. 그 각각의 과제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해 주신 것이다.
교수님께서 과제를 내주신 목적은 어쩌면 시를 느끼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왔는지를 적어보라는 것이었을는지도 모른다. 가이드라인이 있기는 했지만 나는 과제를 하다 보니 그렇게 분석을 하게 됐다. 마치 비평가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시를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뜯어서 이해하려고 한 것일까? 물론 시를 느끼려면 어느 정도의 이해는 필요하지만, 나는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고 싶다고 하면서도 내 머리는 그렇게 분석적이 되어 버린 것일까.
하긴, 어제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를 읽으면서도 그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여기에 실존주의 철학이 들어있단 말이지?'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물론 그 작품은 다시 읽어볼 테지만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는 앞으로도 고민이 될 것 같다. 그건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보다 선행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도 최근에 시집을 꽤 많이 읽었다. 문학사적 의의가 있는 시인들의 시집들도 읽었고, 최근의 시인들의 작품들도 읽었다. 시는 역시나 어렵다.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진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 때, 그냥 써 내려가던 그걸 시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그건 '패기'라기보다는 '객기'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