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창과 학생의 딜레마
내 독서 취향은 문학과 비문학이 반반 정도 된다. 사실 책이라면 거의 안 가리고 다 읽는 편인데, 최근에는 문학과 비문학 둘 다 읽기가 버거워지고 있다.
비문학이야 원래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으니 약간은 공부하듯 읽기도 했었지만, 이젠 문학마저 공부하듯 읽게 되는 듯하다. 시, 소설, 비평 등 문학에 포함되는 대부분의 장르가 그렇다. 이건 내가 문예창작학과 입학 후 문학이론과 문학사를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보다는 문학사적 의의가 있거나 비평가들이 많이 언급하는 책들을 읽어보려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또는 '읽어야 한다'는 약간의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거나 혹은 작가 (주로 시인)에 대한 평전도 읽어 본다.
그렇게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몰랐던 것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문학사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순수한 재미는 많이 반감되는 듯하다.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아니라 숙제처럼 하는 독서가 되어 버렸기에.
또한 그렇게 읽은 책들의 감상을 적어보고 싶지만 자꾸 밀리기만 한다. 읽어야 할 책들도 쌓여 있고, 감상문을 남길 책들도 쌓여 있다. 그나마 <시인의 삶과 시 세계>라는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면서 시인들에 대해서는 얘기를 풀어볼 수 있을 듯하다.
내년까지는 문학을 배우고 공부하는 학생이기에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도 그렇게 될까? 나는 문학 독서에 대해서는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일까? 순수하게 문학을 즐기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게 과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내게는 독서의 즐거움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더 크며, 대다수의 책들은 그런 목적으로 읽기 때문이다. 그러한 즐거움에 지적 쾌감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내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탓이라고 하자. 읽었어야 할 책들을 이제야 읽는 '지각비'라고 생각하자. 적어도, 내가 문학에 대해서 언급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그러한 것들이 필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