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문창과 공부를 마치며

by 칼란드리아


아, 나는 뼛속까지 이과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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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학 중인 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마지막 학기 성적이 게시되었다. 우려했던 대로 지금까지 중 최저 성적을 받았다. 선방한 과목도 있지만, B+를 두 과목이나 받은 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재학 중 유일한 B+를 한 학기에 두 개나 받았다. 게다가 A+를 받은 과목의 점수도 그렇게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B+를 받은 두 과목 모두 창작 작품을 제출하고 합평을 받는 시 창작과 아동문학 수업이었다. 아동문학 과제로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제출했는데, 교수님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어느 학기나 쉽지는 않았지만, 이번 학기는 좀 더 고단했다. 합평/강독 과목을 세 개나 병행하며 학기 중 반 이상 줌(Zoom) 세미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수님과 학우들의 냉정한 평가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기도 했다.


이제 성적표를 마주하니 비로소 나의 한계를 명확히 깨닫게 된다. 30여 명의 학생 사이에서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만큼, 더 나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스스로는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내 바람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수님을 원망할 수는 없으니, 겸허하게 받아들여야겠다. 이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니까.


2년 간 문창과를 다니며 그동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소논문이나 비평, 분석, 자료 조사 중심의 과제가 많았던 덕분인 것 같다. 논리적인 글쓰기라면 자신 있는데, 순수 문예창작으로 치른 이번 '진검 승부'에서는 밑천이 드러난 셈이다. 또한, 빼어난 작품을 써낸 동료들을 보며 내가 어쩔 수 없는 '이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감수성의 부족함과 묘사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진 학기였다. 이는 앞으로도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전체성적 정리.png


그럼에도 2년이라는 시간은 의미 있었다. 힘들면서도 즐거웠고, 보람 또한 컸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본 것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고,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확장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평점 4.18(4.3 만점), 평균 95점 이상이라는 성적으로 졸업하게 된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휴학 한 번 없이 장학금을 받으며 달려온 2년의 여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또한,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 과목도 모두 이수하여 졸업과 함께 이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었다. 비록 효용 가치는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런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한 객관적인 인증이 될 것이다.




시 창작 수업 마지막 합평에서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잘 쓴 작품에 질투를 느껴야 발전한다"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이 떠올랐다. 맥락은 조금 다를지 몰라도,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아쉬움과 질투가 앞으로의 나를 키우는 힘이 되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시는 꾸준히 써보려 한다. 소설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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