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수강했던 <시창작연습2>와 <시창작세미나1>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대시 창작을 위한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두 과목의 방법론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둘을 합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를 정리하면 "관념에서 벗어나 감각으로, 설명에서 벗어나 묘사로, 일상적 자아에서 시적 자아로" 나아가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시 창작 연습 과정에서 계속 시도해 볼 필요는 있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에 대한 오해를 버리고 현대시가 요구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 버리기: 현대 예술은 예쁜 것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비극적 세계관을 갖는다. 세상의 부조리, 추함(醜), 고통, 소외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해야 한다. (비동일성의 미학)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질문'하기: 시는 삶에 대한 정답이나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니다. 도저히 풀리지 않는 삶의 아이러니나 고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행위다. 답을 내리려 하지 말고, 독자가 그 질문을 느끼게 하라.
'느낌' 포착하기: 머리로 생각한 '관념(슬픔, 기쁨)'이 아니라, 우리 몸이 반응하는 생생한 '느낌'을 포착해야 한다. '슬픔'이라는 단어에는 슬픔이 없다. 슬플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라.
시의 재료는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물질)이다.
관념어 금지: 사랑, 우정, 희망, 절망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시를 써 보라.
구체어와 특수어 사용: '꽃'이나 '나무' 같은 일반 명사 대신 '능소화', '자작나무' 같은 특수어를 사용하라.
물질적 상상력 발휘: 사물의 겉모습(형태)만 보지 말고, 그 사물을 이루는 물질(물, 불, 공기, 흙 등)의 속성을 파고들라. 예: '새'를 볼 때 날개 모양만 보지 말고, 비상(飛翔)하게 하는 '공기의 힘'과 '가벼움'을 상상하라.
포착한 대상을 언어로 형상화하는 단계다. 강의에서 다룬 다양한 시점을 활용한다.
① 서경적 구조 (보이는 대로 묘사하기)
낯설게 보기: 익숙한 풍경을 낯선 각도에서 묘사하여 상투성을 벗어난다.
시점 이동: 고정된 자리에서 볼 수도(고정시점), 걸어가며 볼 수도(이동시점), 둘러보며 볼 수도(회전시점) 있다.
② 심상적 구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묘사하기)
내면의 시각화: 마음속의 불안, 공포, 환상을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바꾼다. 예: "불안하다" (X) → "내 몸속에 천 개의 개울이 콸콸거리며 흐른다" (O)
여가작용(가치부여): 대상을 있는 그대로 두지 말고, 상상력을 통해 과장하고, 변형하고, 왜곡하라.
③ 영상조립시점 (현대적 감각 입히기)
파편의 결합: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질적인 장면들을 몽타주하듯 배치하라.
유기적 연결: 파편화된 이미지들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하나의 정서적 흐름(지배적인 정황)이 흐르게 하라. 이것이 없으면 단순한 나열에 그친다.
묘사된 이미지에 깊이를 더하고 문장을 세련되게 만드는 과정이다.
설명 대신 진술: "나는 슬펐다"(설명/정보)라고 하지 말고, "식탁 위로 투명한 살의가 떨어진다"(진술/통찰)라고 쓰라.
낯설게 하기:
- 문장 성분의 왜곡: "바람이 분다" 대신 "바람이 찢어진다"처럼 서술어를 비틀라.
- 이질적 결합: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라. (예: "명조체의 날카로운 모서리")
파편적/환상적 진술: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끊고, 비약하거나 환상적인 진술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라.
마지막으로 다음의 핵심 기준에 따라 시를 점검한다.
구체성: 관념적인 단어가 남아있는가? (모호함을 제거했는가?)
지배적 정황: 시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나 정서가 느껴지는가?
유기적 연결: 이미지들이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서사)'나 '흐름'을 만드는가?
비극적 인식/현대성: 상투적인 위로나 교훈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비극이나 실존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보여주라, 말하지 마라: 감정을 직접 말하지 말고, 감정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사물(객관적 상관물)을 묘사하라.
*낯설게 하라: 익숙한 일상어와 논리를 파괴하고, 이미지의 변형(여가작용)과 파편적 결합(영상조립)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깨우라.
*물질화하라: 형태 너머의 물질적 속성을 상상하고, 관념을 물성을 가진 존재로 바꾸어 표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