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시 두 편

by 칼란드리아

시를 쓰는 것은 어렵다. 비단 시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는 특히 더 그렇다. 다른이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시를 쓰는 것도 어렵다. 아무리 써도 시답지 못하다.


그런 마음을 두 편의 시로 적어 보았다. 시라고 할 수도 없고, 남에게 보이기도 부끄럽지만, 그냥 적어 본다.




구토

까만 것이
하얀 바탕 위에서
꿈틀거린다

내 속에서 뱉어낸 것들
채 씹지 못한 활자 조각
날카롭게 내 안을 찔러
사이사이 배인 혈흔

소화하지 못하고
역류한 토사물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

다시 속이 울렁거린다
토해내고 토해내고
모두 다 토해내도
아직 남은 것이 있나 보다

애초 내 것일 수 없던 것
과욕에 삼켰으나
되새김도 못하고
저급한 마음만 보일 뿐
감당치 못했다

남은 것은 검고 붉은 것들
한때는 시라고 불렀던 것들




변비

머리가 변비에 걸렸다
생각만 시끄럽고
글로 뱉질 못해
종일 부글거린다

억지로 힘을 줘봐도
쥐어짜 나오는 건
한 줄짜리 신음뿐

변비라면 약이라도 먹지
커피를 마셔볼까
산책을 해볼까
아니, 그냥 기다려볼까
결국 오늘도
빈 화면만 바라본다

언젠가는 나오겠지
한꺼번에
쏟아지겠지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
변비보다 무서운 건 설사더라

쏟아내도 결국
전부 똥이다
머리로 싸지르는
똥덩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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