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이지 않기로 한 시간
한 해를 몇 주도 남겨 놓지 않은 이 시간에도, 나의 시간들은 여전히 어디에도 배치되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다. 정리하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나는 정해진 의무 없이 수업을 들으러 간다.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한 시간도 아니고, 결과를 요구받는 자리도 아니다. 그 시간은 나를 앞당기지도, 뒤처지게 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를 쓸모 있게 두기 위해 선택한 날들로 남아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시간에는 돌봄과 바라봄이 함께 놓여 있다. 가능하면 오롯이 집중하며, 조용한 분주함이 지나간다.
집 근처를 걷는 산책도 비슷하다. 목적지로 향하지 않는 이동, 시간을 소비하지 않기 위한 걸음이다.
동네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인사를 전한다. 연말을 앞두고 각자의 나라로 잠시 떠나는 친구들을 배웅한다. 그들은 떠나고, 나는 남는다.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다시 돌아올 이 자리에 잠시 여백을 두고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어떤 만남에는 초대받았지만 나가지 못했다. 참여하지 않는 시간도 그대로 지나갔다. 빠졌다고 해서, 멈추지는 않았다.
이 시간들은 아직 어디에도 배치되지 않았다. 이름 붙이지 않은 채 흘러가는 시간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