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문장으로 옮기는 연습

하루의 톤을 고르는 일

by 슬로하라


"나는 매일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난다."

"Vsako jutro se zbudim ob pol sedmih(6.30)."


고작 이 한 문장을 슬로베니아어로 옮기면서도 한참을 멈췄다.


어순이 맞는지, 동사의 형태가 정확한지, 숫자를 소리 내어 읽으며 이게 맞는지 확인하게 된다. 문장을 쓰고도 여러 번 다시 들여다본다.


하루를 설명하는 가장 단순한 문장인데도, 막상 다른 언어로 옮기려니 생각이 길어진다.


'매일'에 힘을 줄 것인지, '아침'에 방점을 찍을 것인지, 아니면 그저 건조하게 하루를 보고하는 시작 문장으로 둘 것인지. 하루를 어떤 톤으로 남길 것인지 고민한다.


슬로베니아어 A1 시험 준비를 하며, 나는 하루를 문장으로 옮겨 보는 연습을 시작했다.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기보다, 내 하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작한 연습이었다. 친구가 질문을 던지면, 나는 한국어와 슬로베니아어를 섞어 가며 대답을 이어 간다. 눈으로만 익혔던 단어들을 직접 적어 보고, 읽어 보고, 다시 말해 본다.


그동안 나는 단어를 안다고 생각했다. 이해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것을 소리 내어 말하려는 순간마다 문장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아는 말과 말할 수 있는 말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간격이 있었다.


나는 단어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그 간격을 건너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간격을 하루의 말들로 메워 보기로 했다. 특별한 문장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보내는 하루를 문장으로 옮기는 연습.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하는지, 집을 나서기 전 무엇을 챙기는지, 산책을 하고, 장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순서를 문장으로 남겨 보는 시간.


그 작은 연습을 하다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출판사에 다니던 신입 시절, 통근 버스에서 우연히 학교 선배를 만난 적이 있다. 프랑스 유학을 다녀와 번역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방인』의 첫 문장을 두고, 번역가마다 톤이 달라진다고 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같은 문장이어도 어떻게 옮기느냐에 따라 인물의 얼굴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때는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알겠다. 문장을 옮긴다는 건 단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태도를 고르는 일이라는 걸.


하루를 문장으로 쓰는 일도 그렇다. 나는 규칙적인 사람인지, 담담한 사람인지, 어떤 태도로 하루를 말하는 사람인지. 하루가 문장이 되는 연습은, 하루의 톤을 고르는 일이기도 했다.


눈으로만 알던 단어가 입에 붙고, 흩어졌던 말들이 다시 종이 위에 남는다. 그렇게 나의 하루와 연결되는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자리가 된다.


어쩌면 나는 하루가 문장이 되는 방식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루가 문장이 되는 연습은 생각보다 오래 멈추고, 자주 되돌아간다. 그래도 그 멈춤과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나는 하루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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