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이 흩어진 뒤를 걷다
센터로 내려가거나, 옆 동네로 산책을 나가다 보면 가끔 종소리를 듣게 된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교회나 성당이 동네마다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소리를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늘 조금 뜻밖이다.
구시가지 쪽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종이 울린다. 처음엔 방향을 알 수 없다. 소리는 건물 사이를 한 번 돌아 나오고, 잠시 공기를 눌렀다가, 끝소리까지 길게 끌리며 사라진다. 낡았을 텐데도 힘이 있다. 금속의 떨림이 아직 남아 있는 듯, 마지막 울림이 천천히 번져 간다.
그 소리가 동네의 고요를 깨뜨린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이미 있던 고요를, 혹은 떠다니던 소란을 한 번 크게 덮어 씌운다. 잠시 모든 것이 거대한 종 안에 갇힌 듯 울림 속에 머문다. 그리고 이내 물줄기가 막혔던 곳을 트듯이, 소리는 빠져나가고 흩어진다. 남는 건 더 또렷해진 공기와, 조금 가라앉은 마음뿐이다.
나는 그 순간이 좋다. 잠깐 혼란이 지나가고, 그 자리에 더 정직한 정적이 남는다. 붙잡아 두었다가 조용히 놓아주는 울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종소리가 무엇을 알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시간을 가리키는 건지, 누군가를 부르는 건지, 의식을 시작하는 신호인지 추측해 볼 뿐이다. 다만 그 소리가 울릴 때면, 걷던 발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진다. 고개를 들고, 잠시 멈추거나, 아니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걷는다.
이곳의 시간은 저렇게 울리며 흐르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무엇인가를 시작하라고 재촉하기보다, 다음 걸음을 그냥 내딛으라고 밀어주는 쪽에 가깝다. 설명 없이, 설득 없이, 그저 울림으로 인사와 사라짐을 반복한다.
종소리는 남지 않는다. 다만 울렸다는 사실만이 공기 어딘가에 얇게 얹어진다. 그 위를, 나는 다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