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가 쌓이는 자리

산책길에서 낮아진 경계

by 슬로하라


반려견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의 산책길은 조금 달라졌다. 하루 두 번, 그녀를 위해 나서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동시에 나를 위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걸음은 빨라졌다가 느려지고, 시선은 자연스레 낮아진다. 바닥의 작은 움직임과 혹시 모를 장애물까지 살피게 된다. 길은 전보다 더 또렷해진다.


그녀는 앞서 걷고, 나는 그 뒤를 따른다. 때로는 내가 멈추고, 때로는 그녀가 멈춘다. 그 짧은 멈춤 사이로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Čao."

"Dober dan."


짧은 인사다. 하지만 몇 초 동안, 나는 이 거리에 잠시 포함된다.


마주 오는 다른 반려견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린아이들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고, 노인은 허리를 굽혀 쓰다듬으며 묻는다.


"Je punčka ali fantek?" 암컷인가요, 수컷인가요?

“Koliko je stara?” 몇 살이에요?

“Kako ji je ime?” 이름이 뭐예요?

"Lepa je." 예쁘네요.


나는 이름과 나이를 말하며 문장을 더듬는다. 완벽한 발음은 아니지만, 눈을 맞추고 손짓을 보태며 분명하게 말하려 애쓴다. 외우거나 공부했던 문장들이 비로소 실제로 쓰이는 순간이다.


대화는 대부분 그녀를 중심으로 맴돈다. 성별과 나이, 이름. 나는 나 자신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반려견 보호자로서의 자리가 또렷해진다. 그녀를 소개하는 역할 안에서, 나는 조금 단단해진다.


그렇게 하루하루 짧은 인사가 쌓인다. 특별하지 않은 말들, 길지 않은 대화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경계의 문턱은 아주 조금 낮아진다. 인사는 여전히 짧지만, 머무는 시간은 조금 길어졌다.


롯이 그녀를 위한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나의 자리도 함께 생긴다. 산책은 나를 이 거리의 일부로 천천히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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