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문 틈 달빛과 함께 번져온 고요
잠자리에 들면 방 안은 온전히 어둠이 차올랐지만, 그것은 완벽한 어둠은 아니었다. 방충망 대신 달린 두터운 쇠문에는 작은 구멍들이 나 있어, 달이 환한 밤이면 그 틈새로 빛이 스며든다.
관통한 달빛은 어둠을 파고들었지만, 고요만큼은 흔들지 못했다. 그 적막 속에서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더욱 또렷해지고, 멀리서 울음소리마저 깊게 번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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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번져오는 소쩍새의 단조로운 울음. 때론 느리게, 어떤 날은 간격을 두고 이어졌다. 그 소리를 두고 남편은 단번에 “귀신새”라 했다. 낯선 이곳의 밤인데도, 묘하게 한국 시골을 떠올리게 하는 정적을 깨는 소리였다. 그 울음은 이름만큼이나 고요의 잔향으로 남았다.
극도로 낮아지는 볼륨, 그 너머에 닿는 저녁의 깊이는 오히려 차분함을 더했다. 다른 유럽의 밤과는 다른, 이곳의 밤은 차분한 정적 속에서 길게 이어진다.
고요가 넓게 차지하는 이곳의 밤. 처음 마주했을 때는 되레 스산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계절의 시간이 덧입혀지며, 길어진 낮의 시간만큼이나 밤에도 서서히 생동감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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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유럽에서 경험한 밤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문을 열고 나서기 주저하게 만드는, 묵직한 공기의 압력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은 낮은 산 언덕의 풍경과 마당처럼 자리한 바다가 함께 맞닿아 있는 곳이다. 그 두 결이 공존하는 자리여서일까. 낮이 남긴 생동은 산의 품에 머물고, 밤이 품은 고요는 바다의 숨결처럼 잔잔히 번져온다.
단조롭게만 느껴지던 공기의 무게가 이제는, 사람 붐비는 곳을 다녀온 뒤에 자연스레 그리워지는 품이 되었다. 소란의 끝에서 돌아오면, 이 고요가 나를 맞아들이는 집 같다고 할까.
이곳의 밤은 소리를 줄이며, 대신 정적의 결을 짙게 남긴다. 멀리서 겹쳐 번져오는 울음처럼, 고요는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나를 둘러싼다.
쇠문 틈으로 스며든 달빛까지 얹히면, 정적은 날아들어 방 안을 가득 메운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고요에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