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무게를 세우다

프롤로그

by 슬로하라


슬픔은 날짜를 세지 않는다. 부재는 언제나 오래 머무른다. 떠난 이를 잊지 못하는 시간은 끝없이 이어지고, 기억은 불쑥 일상의 한 귀퉁이에서 고개를 든다.


아버지를 보낸 해는 겹겹이 쌓여 가고, 또다시 그 계절이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그 무게와 함께 살아간다. 울음으로 시작된 기억들, 고요와 먹먹함은 빈틈마다 스며들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저녁, 구름 뒤로 기울어가는 해, 날선 바람에도 꿋꿋이 버티는 나무들, 떨어져 짓이겨져도 다음 풍경을 기약하는 낙엽들, 점멸을 반복하던 불빛조차 잠시 숨을 고르던 순간.


그때마다 단편의 가장자리가 내 삶을 오래 붙들었다. 어떤 순간은 금세 잊혔지만, 어떤 순간은 오래 남아 무게가 되었다. 그 차이를 만든 건 언제나 작은 파편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그것들이 언젠가 상실 앞에서도 나를 버티게 했다는 것을.


작별을 건넌 자리에도 남은 건 다정이었다. 그 호흡이 나를 붙들었고, 결국 내 일기의 무게가 되었다.


이 연재는 상실과 애도의 기록이자, 동시에 남겨진 자리에 피어난 다정의 기록이다. 기쁨과 슬픔 사이의 좁힐 수 없는 틈에서도, 오래 머무는 사람의 시선으로 담담히 나를 마주한 무게를 남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