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을 더 사는 하루

서머 타임이 가져다준 여유

by 슬로하라


주말 아침, 어슴푸레 남은 피곤의 잔여감 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눈을 떴다.


화장대 위 시계를 보려 시선을 옮기고, 아직 무거운 눈꺼풀의 지지대를 억지로 들어 올렸다. 시침은 내 몸의 리듬과 다르게 훌쩍 늦은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익숙한 듯 침대 옆 탁자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화장대 시계보다 한 시간 이른 시간.


순간, 곁에서 이내 잠에서 깬 그가 오늘이 서머 타임 해제 첫날이라 했다.


한 시간을 더 얻은 아침이 이렇게 낯설다.


여느 때 같으면 서둘러 일어났을 텐데, 그 한 시간이 괜스레 보너스를 얻은 것처럼 이불 안에 붙잡아두었다.


더 자야 할지, 일어나야 할지, 그 경계에서 느릿하게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숭숭 구멍 뚫린 창살 틈 사이로 들어온 빛은 이미 충분히 차오른 아침의 온도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새벽과 아침의 경계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시계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인데, 공기의 리듬이 달라진 것 같았다.


서머 타임이 찾아오면, 이제 정말 가을의 문턱을 반쯤 넘어선 듯하다. 겨울을 맞을 채비가 조금 더 분주하게만 느껴지는 때다.


그럼에도 하루의 한 시간을 더 얻었다는 체감은 묘한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어둠은 오후 다섯 시만 지나도 빠르게 짙어져갔지만, 그래서인지 아침과 한낮의 시간이 더 오래,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쩐지 마음이 먼저 그 여유를 알아챈다.


집 안 곳곳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시계들에게도 변화의 소식을 손수 알린다. 조금은 수고롭지만서도, 괜히 구태여 그렇게 하며 소소한 분주함을 맞이한다.


서머 타임은, 여름에 앞당겼던 시간을 가을에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제도라 한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자리로 돌아가려는지 모른다.


더 많은 일을 하려는 마음보다, 잠시 멈춰 서서 느긋하게 숨을 고르고 싶어진다.


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커피를 내리고, 테라스 난간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흘러가는 시간의 결이

오늘따라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미처 체감하지 못했던, 이곳에서의 시간의 변화를 이렇게 계절의 구간으로 느끼는 일이 낯설고도 새롭다.


내가 처음 이곳에 발을 디뎠던 때도 10월의 끝자락이었다. 그리고 곧 서머 타임의 해제를 처음 겪었다.


그때의 어둠은 조금 시렸다. 난데없이 밤이 더 일찍, 더 짙게 찾아왔고 그 어둠은 덩그러니, 준비되지 못한 마음보다 먼저 문을 두드렸다.


그로부터 두 번의 계절을 더 맞이한 지금, 그 시간은 이제 반갑고도 조금은 서글프게 다가온다.


슬프거나 외롭다기보다 그저 계절에 기대어 흘러가는, 지나간 그리움과 다가오는 기대가 나의 시간이 되어 가고 있다.


한 시간을 더 얻은 하루는 몸과 마음을 그렇게 찬찬히 살피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조금 더 길고, 조금 더 잔잔한 하루였다.


그 한 시간의 여유가, 묵직하게 나를 감싸 안은 채 천천히 저물어 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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