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로 익혀 가는 슬로베니아어
겨울 문턱을 넘었지만,
이곳의 한낮은 며칠째 포근함을 띠고 있다.
Toplo. [토플로]
따뜻하다.
햇빛이 구름 사이로 고르게 번지던 날,
이웃이 내게 건넨 짧은 단어가
작은 안내 메모처럼 남았다.
Sončno. [손츠노]
맑아요.
의외로, 이곳에서 그날의 날씨 안부를
가장 자주 듣는 곳은 엘리베이터 안이다.
층수가 오르내리는 동안의 그 짧은 찰나,
잠시 함께 머무르는 작은 공간 안에서 마주칠 때면
이웃들은 가끔 부드러운 공기에 말을 얹었다.
처음에는 멋쩍은 미소로만 답했지만,
단어를 하나둘 익히면서
그들의 말이 오늘의 날씨를 건네는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
Dežuje. [데쥬예]
비가 온다.
흐린 날은 발음에서도
둥글게 흐려지는 느낌이 있다.
Oblačno. [오블라츠노]
흐리다.
맑다 못해 땡볕이 아스팔트 위를 달군 날엔,
Vroče. [브로체]
덥다.
바람 끝에 서늘함이 다시 감돌던 날,
엘리베이터에서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작은 패딩조끼를 입은 강아지들에 시선을 두니,
아주머니는 "mrzlo." 하며 그들이 옷을 입은 이유를 상냥히 전했다.
Mrzlo. [머르즐로]
춥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약한,
가벼운 서늘함을 말할 때는
Hladno. [흘라드노]
쌀쌀하다. 차갑다.
안개가 낮게 깔린 아침에는
거리가 희미하게 흐려지고
사물의 윤곽도 조금 물러선다.
Megleno. [메글레노]
안개가 끼다.
입안에서 몽글몽글 굴러가는 발음과 함께
풍경도 천천히 번져 갔다.
이웃들이 건넨 단어가
머릿속에 바로 입력되지 않는 날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머리보다 먼저,
피부로 먼저 익어 가는 날씨의 단어들이다.